(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9회) 「세종연구소」에서 1년간 장기 연수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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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9회) 「세종연구소」에서 1년간 장기 연수를 하다

김용교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3-10 14:33
  • 신문게재 2026-03-11 8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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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심대평 지사가 세종연구소 특강을 마친뒤 연구소 경내를 둘러보고있다.
김용교 부시장
김용교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1) 4급 (서기관) 승진,재충전의 기회를 갖다

초대 민선 지사로 취임한 심대평 지사는 지방정부로서의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획관리실과는 별도로 실국 규모의 「정책실」을 신설하였고 초대 정책실장에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했던 이명수 행정관을 임명했다.

정책실장 밑에는 3개의 정책심의관을 두어 충남도의 장기 정책비전을 구상하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보화를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 필요한 정보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지리적·지형적 특성을 살리며 개발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개발 정책을 펴나가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나는 2년 7개월간 기획계장으로 근무하다가 정책실 「일반정책심의관」으로 발탁되었다. 서기관급 과장이 된 것이다. 이명수 정책실장의 추천과 신설부서임을 감안한 심대평 지사의 결단이었다.

종래 개발담당관실(후에 지역발전담당관실)을 확대 개편한 「정책실」은 자연스럽게 지역발전담당관실 업무를 그대로 인수하였고 여기에는 「백제 문화권 특정지역 종합 개발사업」도 포함되었다.

또한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셨던 심대평 지사는 환경문제를 한자리에서 논의하자는 취지로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35개국 151개 지방자치단체장을 초청하는 「`97 국제환경포럼」을 개최키로 하고 정책실 일반정책심의관실에서 실무적 준비를 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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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기간내내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백제권 개발사업의 경우도 특정지역으로 지정은 되었으나 사업 내용에 있어 추가되어야 할 사업이 적지 않았고 사업비에 있어서도 턱없이 부족하였다. 개발계획 변경이 불가피하였고 계획 변경을 위한 외부용역 발주를 위해 지사님께 결재를 올리니

"김용교 심의관 정도의 역량이면 기술직 2~3명과 함께 계획변경(안)을 완성할 수 있다"면서 외부용역이 아닌 자체 작업을 지시하여 박국진 토목주사와 김갑섭 토목주사 셋이서 변경 작업에 들어갔다.

「국제환경포럼」은 준비과정에서 언어소통(영어)에 어려움이 예상되었으나 영어 실력이 있는 박사급 전문위원이 배치되어 다행히 참가국과 소통이 가능하였고, 토·일요일에도 이명수 정책실장께서 직접 챙기고 외부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큰 역할을 하여 1박 2일간 대전엑스포 국제회의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1998년 12월,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 변경계획(안)이 김종필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백제권 개발지원 위원회」에서 심의·통과·확정되자 그동안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보령군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1년 8월, 도청 개발담당관실로 전입하여 2년 10개월간, 기획계장으로 2년 7개월간, 정책심의관으로 2년간 총 7년 5개월 동안 쉴 사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었다. 체력은 바닥까지 내려오고, 머리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배터리가 소진된 것이었다.

1년간 장기 연수를 통해 심신을 달래주고 재충전하기로 마음을 정리하였다. 장기연수 희망을 밝히니 박상돈 기획정보실장, 권오룡 행정부지사, 심대평 지사께서 이구동성으로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 주면서 흔쾌히 허락 해주셨다.

연수 기관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세종연구소」로 정하였고 1999년 2월초 입교하였다. 동기 연수생은 30명 정도였는데 중앙부처 부이사관급, 시도 서기관·부이사관급, 국영기업 처장급으로 구성되었다. 6만㎡의(약 1만 8천여평) 넓은 부지에 임야·조경·잔디밭 등 현대식 건물과 함께 연수환경이 쾌적하였다.

세종연구소는 외교, 안보, 통일 및 국제 정치분야 연구활동을 하는 공익 연구기관으로 중장기적인 국가전략과 정책대안을 개발하여 국가안보의 현안과제를 연구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원식 전 국무총리께서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중앙부처와 지방공직자, 국영기업체 간부직들은 세계화 시대에 국제적 감각을 익히고 안목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세계화과정」의 연수 과정을 신설하여 우리들이 제5기로 입교하게 되었다.

세종연구소 박사급 교수들은 국제정치, 외교 분야에 대하여 전공 분야별로, 이를테면 일본통, 미국통, 중국통, 북한통, 러시아통 등 지역별, 국가별 전문성을 발휘하며 성심껏 준비하고 열정을 쏟아 강의하였다.

힘 있는 나라와 약소국의 비애, 미·일·중·러 4강과 한국과의 관계, 햇볕 정책, 북한의 핵문제, 통일문제 등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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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부지사께서 김용교 연수 다녀오더니 역량이 크게 점프됐다고 격려해 주셨다.
외부 저명 인사들의 특강도 있었다. 심대평 지사께서도 연구소 요청으로 강의를 하였는데 "국가와 지방정부의 관계, 특히, 본격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국가이익과 지방이익의 조화를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당시 NGO 활동을 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특강이 있었는데 "입법·사법·행정의 일반적 3권 분립과 더불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언론」은 제4의 권력(제4부), 「NGO」는 제5의 권력(제5부)으로 인식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면서 "대만은 입법·사법·행정과 더불어 감사원을 독립시켜 4권분립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고도 하였다.

분당 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반주로 「레드와인」 한잔을 마시는 것은 보약의 역할을 한다"며 건강관리 특강도 해주었다.

영어와 일본어는 각각 주 2회씩 정규 수업과목으로 정하여 강의와 회화 연습이 진행 되었다. 영어는 캐나다 원어민이 수업을 맡았는데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줄 알면서도 두시간 수업시간 내내 한국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100% 영어로 학습이 이루어졌고 휴식시간에도 영어로만 대화하였는데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나와 지방공무원 중 일부는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영어 시간에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중앙부처 연수생들은 고시 출신에다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경우도 많아서, 영어 회화가 자연스러웠고,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어는 달랐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데 차제에 일본어만큼은 소득을 얻어 가야겠다고 작정하고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출·퇴근 버스 안에서도 단 5분도 놓치지 않았다. 연수를 마칠 때인 11월에는 일본어 선생님과 기초 회화도 가능하였다.

그러나 웬걸. 연수를 마치고 도청에 복귀 후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어느새 잊어먹게 되었다. 어학 공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지만 익힌 것을 써먹지 않으면 날아가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일본어 교과서와 카셑테이프를 가지런히 보관 중이지만 좀처럼 꺼내지질 않는다.

오후 4시에 일과를 마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소속기관에서 공직수행은 늘 바쁜 몸들이라 제대로 취미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오후 6시까지의 남은 두시간은 골프 등 스포츠, 댄스,서예, 그림 등 각자 하고 싶은 관심 분야에 시간을 사용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나는 별도의 취미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간의 공직생활을 뒤돌아보면 공직 업무 외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없었다. 1980~90년대 전국적으로 불었던 고스톱 열풍에도 나는 눈길이 가질 않았고, 실제 그럴 시간도 없었다. 거짓말 같은 얘기이지만 지금도 고스톱을 칠 줄 모른다.

유일한 취미라면 집중하여 작업을 한 후 일을 마치면 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맥」을 몇 컵 들이키면 꿀맛 같고 피로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져서 술 마시는 것을 취미라 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취미라 한다면 그것이 취미였다. 농부들이 논밭에서 땀흘린 후 마시는 막걸리 한대접의 맛과 비슷하리라.

이같이 나는 별도의 취미 클럽에 가입은 하지 않은 대신 세종연구소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들이 참 많았다. 원서(原書)도 있었지만 번역서도 많았다. 주요 국가들의 신문도 시차는 있을지언정 매일 매일 도착하였다.

미국의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일본의 마이니치, 도쿄신문, 프랑스의 르몽드, 러시아 푸라우다, 중국의 인민일보, 북한의 노동신문 등 신문별, 날짜별로 편철하여 언제라도 읽어 볼 수 있도록 정리해놓고 있었다. 국제정치학교 다웠다. 나는 외국어 실력이 거의 없으니 번역서와 연구소 교수진들이 펴낸 책들을 주로 읽었다.

읽은 책들 중 지금도 인상에 남는 책이 세종연구소 박사급 교수들이 자기가 전공하고 있는 국가들의 정치·외교분야 정세분석과 경제 상황들을 1년 동안 조사·연구 분석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논문을 집대성한 「국가전략」이라는 책은 매우 값져 보였다.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읽어본다면 국가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한배를 탄 입장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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