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혼시 재산분할의 새로운 지형도(2)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이혼시 재산분할의 새로운 지형도(2)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6-03-31 10:19
  • 신문게재 2026-04-0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2025061001000555500023201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가상자산은 재산 은닉의 수단인가 새로운 분할 대상인가.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이제 이혼 재산분할 소송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법원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으로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익명성과 변동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분할 과정은 주식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가상자산의 가치평가에 있어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시세는 어느 시점에 맞추어야 하나.

가상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다. 따라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할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된다. 원칙은 다른 재산과 마찬가지로 '사실심 변론종결일'의 시가다. 법원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 대한 사실조회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통해 특정 시점의 보유 수량, 거래 내역, 시세 등을 확보해 가치를 평가한다.

다만, 배우자 일방이 소송 중 가상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현금화했다면, 예외적으로 처분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 이는 재산 은닉이나 부당한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한 형사 판결에서는 업무상 배임으로 처분된 가상화폐의 피해액을 산정하며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한 매매기준율과 환율에 따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함이 옳다'고 판시한 바 있어, 가치 평가의 기준 시점을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여지를 남겼다.

한편 가상자산은 개인 전자지갑(콜드월렛)이나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 등에 보관하여 손쉽게 은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대방 배우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찾아내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되기도 한다.

최근 법원에서는 숨겨진 가상자산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우자 명의의 은행 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해 가상자산 거래소로 입금된 흔적을 찾는 것이다. 또한, 2021년부터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재산 추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금법에 따라 국내 거래소는 고객확인(KYC) 의무를 지며, 특히 2022년 3월부터 시행된 '트래블룰(Travel Rule)'은 가상자산 이전 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기록·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를 통한 자금 흐름은 과거보다 훨씬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 지갑 간의 거래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은닉은 추적이 쉽지 않다. 일부 사건에서는 배우자의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개인 전자지갑의 존재나 해외 거래소 접속 기록을 찾아내기도 한다. 한 판례에서는 범죄수익인 가상자산을 은닉하기 위해 '다수의 전자지갑, 거래소, 가상자산 환전소를 이용하여 수백 회의 거래를 거친' 사실이 드러나기도 해, 그 추적의 어려움을 짐작게 한다.

이혼 재산분할의 대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확장되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복잡한 가치 평가부터 가상자산의 은닉과 추적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재산분할 소송은 재판부와 변호사 모두에게 부동산과 예금 및 주식 위주로 분할대상 재산을 상정하던 이전과는 다른 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혼 과정에서 자신의 정당한 몫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부 공동재산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각 자산의 특성에 맞는 정확한 가치 평가와 끈질긴 추적을 통해 숨겨진 재산까지 밝혀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변화하는 법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아산·춘천 국회의원 6인, 이재명 정부 공약인 GTX-B·C 연장노선 철도망계획에 즉각 반영 촉구
  2. 산업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 방문…"5극 3특 중부권 성장엔진 투자 적극 지원"
  3. 한국타이어, 美 타임지 '2026 세계 최고의 기업'에 선정
  4.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트램 공개자료실' 개설
  5. 세종 '글로벌 진로탐험대' 무산되나… 예산 전액 삭감
  1. 개혁신당 대전시당, 시당위원장 직무대행에 '조동운'
  2. 장기수 천안시장, "반도체 투자 지켜야"…대외 대응 강화 주문
  3. 천안서부새마을금고, 소아암 어린이 위한 기금마련축제서 2년 연속 후원·봉사
  4. 핵심기술 유출혐의 벗은 쎄트렉아이, 경찰 불송치 결정
  5. 충남도·충남경제진흥원, 代이어 사업 중인 소상공인 30곳 지원 나서

헤드라인 뉴스


세종 `글로벌 진로탐험대` 무산되나… 예산 전액 삭감

세종 '글로벌 진로탐험대' 무산되나… 예산 전액 삭감

강미애 세종시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글로벌 진로탐험대'가 시의회 상임위 벽에 막혀 멈춰섰다. 앞서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 예산안이 교육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다. 오는 7일 예결위 예산 심사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위원장 손인수)는 지난 1일 오후 4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장장 7시간 동안 마라톤 논의를 거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심의 결과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 추진 예산안 전액(196억 9421만 원)을 삭감 조치했다. 2026학..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