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대전의 시간은 사람과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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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대전의 시간은 사람과 함께 흐른다

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 승인 2026-04-02 17:14
  • 신문게재 2026-04-0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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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도시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 도시의 흥망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찬란하게 빛난 도시의 이면에는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지닌 리더와 공동체를 지탱해 온 시민들이 있었고, 쇠퇴한 도시의 배경에는 방향을 잃은 조직과 책임을 외면한 리더십이 자리했다. 도시는 사람의 거울이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필자는 약 50여 년을 대전에서 살아오며 도시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건설 현장의 땀방울로 시작해 행정의 최일선을 거쳐, 이제는 디지털과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에 서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도시의 외형도 크게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한때는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었고, 도시의 성장은 도로와 건물로 상징되었다. 그러나 이제 도시는 생존의 공간을 넘어 삶의 질과 문화,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를 담아내는 터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최근 대전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오랫동안 논의에 머물렀던 과제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본격화되고, 보문산 권역 개발과 도안호수공원 조성, 제2도서관 건립에 이어 제3도서관까지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0여 년 만에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디자인진흥원과 서예진흥원 설립, 특수영상 클러스터 착공까지 더해지며 자연과 문화, 산업이 어우러진 도시로의 전환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 바이오, 국방,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혁신도시'로 체질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대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예고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도시의 '표정'에서 시작된다. 한때 '노잼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대전은 이제 '꿀잼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원도심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 '대전 0시 축제'는 밤늦도록 이어지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도시의 생동감을 증명했고, 성심당을 찾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긴 줄은 일상이 관광이 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꿈씨 패밀리'와 같은 친근한 콘텐츠는 도시 곳곳에 웃음을 더하며 대전을 '기억되는 도시'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분위기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대전의 혼인율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가 젊은 세대에게 '삶을 시작하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머물고 가정을 이루며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는 대전이 단순히 변하고 있는 도시를 넘어 앞으로도 성장할 도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다.

이 모든 변화가 단단한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준비된 리더십은 도시의 시간을 앞당기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십은 소중한 기회를 흘려보낸다. 도시가 바라는 리더는 분명하다. 공적 책임을 우선하며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다.

4월, 만물이 약동하는 이 계절에 대전은 새로운 도약의 길 위에 서 있다.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리더와 성실한 공직자, 그리고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도시는 콘크리트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의 온기로 숨 쉬고, 책임으로 단단해지며, 신뢰 위에서 비로소 미래로 나아간다. 대전의 시간은 사람과 함께 흐른다. 그리고 그 시간의 방향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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