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뭣이 중한디… 머릿속에 민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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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뭣이 중한디… 머릿속에 민생은 있는가?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P&P 대표변호사

  • 승인 2026-05-03 16:06
  • 신문게재 2026-05-0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철환 변호사
박철환 변호사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늘 그렇듯 정치권은 분주해진다. 그러나 그 분주함의 방향이 과연 '민생'에 맞춰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의 정치 담론을 들여다보면 정책 경쟁이라기보다 자극적인 구호와 이미지 싸움이 난무한다. 누군가는 '늑구와 퓨마' 같은 상징으로 이목을 끌고, 또 다른 쪽에서는 '온통 2.0'이라는 이름 아래 캐시백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다. 마치 그것이 서민 경제를 살릴 결정적 해법인 양 포장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엇이 중요한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약 전쟁 속에서 '서민'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하지만, 그 단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용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출 감소, 고정비 부담, 대출 상환 압박이 겹겹이 쌓이며 출구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당장의 숨통을 틔워줄 현실적인 해법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돈이다.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지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른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기관으로 여겨지는 새마을금고조차 설립 취지와 달리 자회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체가 발생하면 조합원의 채권은 NPL 회사로 넘어가고, 곧바로 경매 절차가 진행된다. 공동체 금융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그 안에서 조합원이 느끼는 온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민을 위한 금융이 오히려 서민의 삶을 압박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료 체납 문제 역시 다르지 않다. 연체가 발생하면 분할납부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도착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상황은 급변한다. 계좌가 압류되고 카드 매출까지 묶인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이는 사실상 생존의 끈을 끊는 조치와 다름없다.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의 징수 부서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세금을 나누어 내고 싶다는 사람들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공무원 사이에서 갈등은 깊어지고, 그 공간은 마치 총성 없는 전쟁터처럼 변한다.

더욱이 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필수 공공재마저 연체가 지속되면 공급이 중단된다. 단 두 달의 연체만으로도 일상은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게 된 권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체납자'와 '징수 실적'이라는 숫자만 남고, 그 숫자 뒤에 있는 삶은 지워진다. 누군가의 실패나 게으름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배경이 너무나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여전히 화려한 약속을 내세운다. 장밋빛 미래와 환상적인 낙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아 경매 통보를 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하루 매출이 끊겨 다음 달을 걱정한다. 캐시백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다. 충전해야 돌려받는 혜택이 아니라, 당장 버틸 수 있는 생존의 문제가 핵심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후보자들은 과연 이 현실을 알고 있는가. 혹은 알고자 하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가. 화려한 행사장과 조명 아래가 아니라, 평상복 차림으로 건강보험공단 창구 옆에 몇 시간만 앉아보기를 권한다. 세무서 민원실 한켠에서, 지방세 징수부 사무실 한쪽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직접 들어보기를 바란다. 그곳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 삶은 지금 무너지고 있다.

정치인은 스스로를 공복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주된 지지층만이 아니라, 그 아래와 그보다 더 아래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향력이 적다고 해서,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외면해도 되는 존재는 없다. 민생은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이다.

머릿속에 정말 민생이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제도의 방향을 바꾸는 용기다. 그리고 그 출발은 '무엇이 중한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P&P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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