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빵집 대신 투표소에 긴 줄 선 대전 시민들…“K-민주주의, 지역발전 위해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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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빵집 대신 투표소에 긴 줄 선 대전 시민들…“K-민주주의, 지역발전 위해 한 표"

각 사전투표소 열기 뜨거워…만사 제쳐두고 정치 참여
관외보다 길게 늘어선 관내 줄 본투표일 기다리지 않아
"제대로 일할 후보에 힘" vs "일당 독주 안돼 균형 필요"

  • 승인 2026-05-31 17:16
  • 신문게재 2026-06-01 2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제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기간 대전 지역 투표소에는 자신의 일정에 맞춰 미리 투표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역대 지방선거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나 공약이 다소 생소한 상황에서도 정치가 삶에 미치는 중요성을 체감하며 투표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적 균형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소신을 가진 유권자들이 모여 사전투표가 보편적인 투표 문화로 안착했음을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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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 중구 목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30일 오전 11시 대전 중구 목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을 맞은 시민들은 한결 가벼운 차림으로 집 앞 투표소로 모여들었다. 빵집 앞 긴 줄이 익숙한 '웨이팅의 도시' 대전에서 이날 시민들이 기다린 곳은 사전투표소였다.

투표소에 이처럼 시민 발걸음이 이어진 이유는 부쩍 커진 정치 참여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등 최근 현대사의 격동기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중요성을 새삼 목도 했고 정치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소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복도까지 길게 이어졌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빠져나오면 빈자리는 금세 뒤에서 기다리던 유권자들로 채워졌다. 주말 외출에 앞서 투표부터 마치려는 시민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줄은 좀처럼 끊기지 않았다.

특히 관외 투표자보다 관내 투표자들의 줄이 더 길게 늘어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주소지를 떠나 있어 부득이하게 사전투표를 택한 시민들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본투표일을 기다리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더 두드러진 것이다. 사전투표는 이제 본투표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자신의 일정에 맞춰 한 표를 미리 챙길 수 있는 선택지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발걸음은 투표율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지방선거 최종 사전투표율 23.51%로 집계되며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이 곧 후보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나 기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후보 수는 많고, 이름조차 낯선 경우도 많아 시민들에게 지방선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선거였다. 공약에 대한 기대 역시 높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시민들은 투표를 건너뛰지는 않았다. 집으로 온 선거공보물을 다시 펼쳐보고, 주말 일정 사이 시간을 내 투표소로 향했다.

부모님을 따라 투표소를 찾았다는 김 모(29세·여) 씨는 "시장 후보는 전·현직이라 아는데, 나머지는 사실 이름도 잘 모르겠더라"며 "투표용지도 여러 장이고 누구를 뽑아야 하나 어려워서 공보물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잘 몰라도 그냥 안 하는 것보다는 투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인근에서 목회를 본다는 김 모(66세·남) 씨도 "공약은 공허한 약속이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할 수는 없었다"며 "어느 후보가 되든 약속한 바는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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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유성구 온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같은 날 찾은 유성구 온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도 시민들의 발길은 길게 이어졌다. 지역과 투표소는 달랐지만 시민들이 투표를 대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줄에는 등에 '류현진' 이름이 적힌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맞춰 입은 젊은 부부도 있었다. 이날 야구장에 가기 전 투표부터 마쳤다는 정 모(33세·남) 씨는 "주말이라 여유롭게 나올 수 있었다"며 "후보들을 잘 알지는 못해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후보가 낯설어 공보물을 펼쳐본 시민들이 있는 한편, 이미 마음을 정한 채 지지와 견제의 뜻을 담아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응원하는 후보가 있다는 한 모(60세·남) 씨는 "지금은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도 많이 알렸고, 저도 그 힘에 한 표를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윤 모(52세·여) 씨는 "지역 정치까지 한쪽으로만 기울면 결국 주민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일당 체제로 가서는 안 되고, 이번에는 균형을 잡아줄 선택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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