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멈추지 않는 두레박질, 교육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멈추지 않는 두레박질, 교육

당진꿈나래학교 인경숙 교사

  • 승인 2026-06-28 12:39
  • 신문게재 2026-06-26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626 당진꿈나래학교 인경숙 교사
당진꿈나래학교 인경숙 교사.
특수학교는 독특한 교육 공간이다. 세 살, 유치원과정부터 전공과(22세)에 이르기까지 영유아와 청소년들이 함께 머문다. 교사는 한 인간이 생애 주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지, 그 거대한 궤적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과정을 가진다. 일정 시간 착석도 어려운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적응해가며 차례를 기다려 급식 질서를 지키고, 음식을 흘리지 않으며 식사를 마친다.

이러한 변화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어떤 교육적 자극 덕분에 피어났는지 단 하나의 순간을 짚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학생들을 매일 마주하다 보면, 인간의 자연성장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학교란 교사의 반복되는 가르침, 부모님의 아낌없는 지지, 그리고 학생 자신의 의지 있는 참여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선순환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출발점은 '될 수 있다'는 실제적 믿음과 '해야만 한다'는 윤리적 당위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생의 무게를 견디며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한다"라는 내면의 고백을 삼켜낸 이들이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되듯, 교육 역시 학생을 둘러싼 환경이 쉼 없이 격려를 건네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성 속에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은 치밀하게 짜인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배움과 비약적인 성장은 늘 예측하지 못했던 균열의 순간 속에서 피어났다. 현재의 조건에서 예측 가능한 것들을 논리적으로 나열한 것이 '계획'이라면, 본질적인 '꿈의 성취'는 전혀 예기치 못한 다른 지점에서 싹을 틔운다. 우리는 흔히 꿈을 계획의 정교한 완성이라고 오해하지만, 돌아보면 꿈은 늘 계획과는 사뭇 다른 낯선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리고 그 낯선 지점에서 지금의 현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지닌 가장 놀라운 실천적 가치이다.

어떤 아이는 눈에 띄게 느린 걸음으로 걷거나, 자신의 내면을 한 마디 언어로 표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거나 아주 작은 변화 하나에도 온 세상을 얻은 듯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는 아이. 그 순간마다 깨닫게 된 진리는 아이들을 움직이는 궁극의 동력이 계획의 완성이나 외부의 압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 본연의 기쁨과 환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교실 안에서 터져 나오던 아이들의 작은 감탄사들이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선생님, 제가 해냈어요." "정말 되네요."

그 짧은 외마디들은 단순한 발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우한 순간의 감동이었으며, 교사인 나에게는 지난한 하루를 다시금 버텨내게 하는 영성적 치유이자 동력이었다.

아이 한 명의 작은 동작에서 희망의 물길을 길어 올리는 일,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나에 다시금 가능성을 바라보게 이끄는 일. 이것이 교사에게 부여된 소명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교육 현장에는 멈추지 않는 '두레박질'이 필요하다. 당장 눈에 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두레박을 내리고, 아득한 기다림 속에서도 기꺼이 손을 내미는 일. 비록 지치고 더딜지라도 아이의 내면에 깃든 가능성을 신뢰하며 끝내 희망을 퍼 올리는 일 말이다.

그 희망은 단순히 '더 나은 내일'만을 맹신하는 조급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너는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다가올 내일의 어느 길목에서도 너만의 기쁨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아이의 오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넉넉한 품이다.

"아이가 스스로 피어날 때까지 온전히 기다려 줄 수 있는가."

"계획된 기대 이상의 지점에서, 아이가 마주한 오늘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가."

"지금 모습 이대로 이미 충분한 완성체인 아이를 온 가슴으로 기뻐하는가."

이 엄숙하고도 따뜻한 질문들 앞에서, 오늘도 학교의 거룩한 일상은 묵묵히 계속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2.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3.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수도권 충당 위한 충남 내 송전탑 추가 건설, 결사반대"
  4. 충남신보, 천안-아산 소상공인에 특례보증 지원
  5. 반복되는 대전 산업현장 추락사...현장 안전관리 '경고등'
  1. 대전중수청 이전 이제부터가 관건… 내년 ‘신청사 예산’ 확보해야
  2.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에 김도경 KAIST 명예교수 선임
  3.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4. '피지컬AI 1㎜ 에러를 잡아라' 대전창업포럼서 스타트업 '주목'
  5. 세종시 교통신호, '내비게이션'으로 미리 본다

헤드라인 뉴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1. 대전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박 모(48) 씨는 다가오는 대출 잔금일에 밤잠을 설친다.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고 받은 목돈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은행권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매매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여나가자 기존 주택 매도가 기한 없이 미뤄졌고, 첫 단추부터 어긋나자 입주할 아파트 잔금 대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아 매수 문의도 뜸한데, 당장 이사 가려는 아파트 잔금 대출도 은행마다 한도가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가 11일 민선 8기 시절 신교통수단으로 검토됐으나 수입대행사 납품 문제에 발목 잡힌 3칸 굴절버스 도입을 백지화 했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시청에서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업체 계약 해지를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체에 선급금 72억이 지급 됐지만, 계약한 3대 중 2대가 기한 내 납품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1대 역시 차량 소유권 이전 문제에 운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허 시장은 "계약 해지와 예산 손실 규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인사들까지 모두가 인서울(In-Seoul)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의 철옹성은 이재명 정부 들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빛바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분권 가치가 새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모토 아래 새로이 발현될 수 있을까.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과 청와대를 벗어난 집무 약속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그간의 과정과 흐름, 대통령 발언들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