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2027년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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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2027년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 바란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 승인 2026-06-28 11:16
  • 신문게재 2026-06-2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범정11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209시간 기준 250만8000원 수준이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 인상된 수준으로,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반면 경영계는 아직 공식 요구안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이유로 동결 또는 낮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울 전망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최저임금 위원회는 오는 7월 말까지 심의를 진행 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노사 양측이 협상한 안이 결정된 사례가 없다. 양측이 제시한 인상안의 간극이 크다 보니 노사 양측이 여러 차례 협상을 거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에 절충안인 정부측 공익위원 제시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는 것이 매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어느 누구도 이 원칙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상은 영세사업장의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2026년 5월 기준 대전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이른바 '나홀로 사장'은 11만 4천 명에 이른다는 기사를 접한 바 있다.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족의 손을 빌리거나 서빙부터 계산까지 혼자 도맡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지인인 사장의 말이 오래 귀에 남는다. "재료비에 월세, 공공요금, 인건비까지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너무 적다. 바쁜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쓰고 웬만하면 혼자 한다. 업종 구분 없이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차라리 가게를 접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이것이 대전 골목 상권의 현실이다.

식당은 물론 편의점, 카페, 미용실까지 "직원을 뽑기보다 내가 더 일하겠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소득은 늘었지만 일자리는 줄어드는 역설이다.

노무사로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최저임금은 단순히 시급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사업주들은 "최저임금은 맞춰 지급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임금명세서를 펼쳐 보면 주휴수당 산정이 잘못됐거나, 수습근로자 감액 요건을 오해했거나, 연장근로수당 계산이 틀린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은 시급만 맞춘다고 끝나는 제도가 아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까지 임금체계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근로자도 손해를 보고, 사업주도 본의 아니게 법 위반자가 된다.

필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얼마를 올릴 것인가'라는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인상률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2027년 최저임금 심의에 몇 가지를 바란다. 첫째, 결정 기준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해 근로자도 기업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영세사업자 지원을 인상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사회보험료 지원과 세제 감면, 인건비 보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함께 책임지자는 것이다. 셋째, 인상 이후 현장 컨설팅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위반의 상당수는 악의가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되므로,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최저임금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주가 고용을 지속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도의 목적은 완성된다. 숫자는 매년 바뀔 수 있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노동의 존엄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함께 존중받는 사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되든, 갈등만 남기는 결정이 아니라 노동자에게는 희망을, 사업주에게는 버틸 힘을 주는 합리적 결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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