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문화예술 리더의 품격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문화예술 리더의 품격

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 승인 2026-07-01 16:58
  • 신문게재 2026-07-02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6010601000229700009171
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민선9기 출범으로 대전시와 충청남도의 문화행정이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 민선8기에서 단체장 임기와 출연·출자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조례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새 지방정부 출범과 함께 대전문화재단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임명 절차도 곧바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 단체장의 정책 철학을 신속하게 기관 운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선거 캠프 보은이나 정치적 코드 맞추기로 흐를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문화예술기관의 대표는 단순한 행정 관리자가 아니다.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방향을 읽고, 예술인의 창작 기반을 확장하며, 시민의 문화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공공 리더다. 문화재단은 예산을 배분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의 문화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핵심 중간지원조직이다. 이 자리에 전문성과 현장 이해가 부족한 인물이 임명될 경우, 재단은 정책기관이 아니라 행사 대행기관이나 시설 관리기관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 리더에게 필요한 품격은 화려한 경력이나 정치적 친분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역을 이해하는 정책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역문화는 중앙정부 사업을 단순히 받아 집행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도시의 역사, 산업구조, 생활권, 문화인프라, 예술인 생태계, 시민의 문화수요를 종합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문화기관장은 문화예술 감각만이 아니라 지역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전략적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원활한 소통력 역시 리더의 중요한 품격이다. 문화예술 현장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장르별 예술인, 문화기획자, 생활문화 활동가, 청년예술인, 시민단체, 행정조직, 의회, 언론의 요구가 서로 다르다. 대표는 이견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신뢰를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되 특정 단체나 인맥에 휘둘리지 않고, 행정과 예술현장 사이에서 합리적 언어로 정책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행정의 실패는 대개 예산 부족만이 아니라 소통 부재와 신뢰 상실에서 시작된다.

특히 민선9기 대전시는 문화예술 생태계 전환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문화예산 확대, 예술인 지원체계 재구축, 생활문화권 확장, 대전문화재단 기능 혁신, 공공 문화시설의 개방성과 전문성 강화 등 어느 하나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충남 역시 문화와 관광, 지역자원의 융합을 통해 시군 간 문화격차를 줄이고 지역소멸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문화기관장의 자리는 정무적 보상으로 채워질 수 없다. 가장 엄격한 검증과 공개적 논의가 필요한 자리다.

문화예술 재원 마련 능력도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문화예산 확대를 구호로만 말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 공모사업, 광역·기초 협력사업, 기업 사회공헌, 고향사랑기부제, 문화예술후원, 관광·도시재생·교육·복지 분야와의 연계 재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문화재단 대표는 주어진 예산을 나누는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재원을 만들고, 민관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정책 경영자여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의 문화기관장 인사는 관행이 아니라 원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공모 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어야 하고, 심사는 폐쇄적 인맥이 아니라 공개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후보자의 전문성, 지역 이해도, 현장 경험, 정책 비전, 소통 능력, 재원 확보 능력, 이해충돌 가능성까지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도시와 지역의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기관의 리더십 역시 지방정부의 민주성과 성숙도를 드러낸다. 민선9기의 첫 문화인사가 또다시 코드인사 논란으로 출발한다면, 문화예술 생태계 전환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다. 문화예술 리더의 품격은 바로 그 원칙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고추 100%로 속여 판 충북 옥천 식품업체 대표, 벌금 8억 7000만원 선고
  2. '읍면 공동주택' 1.2만 호 무산 여파… 세종시 후속 대책 추진
  3.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4.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5. 대전맹학교, 휠체어 리프트 갖춘 대형 전기버스 도입
  1. “건물 폭파하겠다” 방위사업청서 소란 피운 여성 도주…경찰 추적
  2.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3.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4. 대전시가족센터·대전오페라단 업무협약
  5. 본보 임병안·임효인·이현제 기자 ‘제20회 참글상’ 영예

헤드라인 뉴스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1945년 8월 15일 조국 독립의 감격은 대전 도심 곳곳에 깊은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세워진 대전의 대표적 광복 상징물이 마침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 문화유산으로 결실을 맺었다.대전시는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대전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가 대전시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됐다고 밝혔다.을유해방기념비는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대전부민(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세운 약 3m 규모의 비석이다. 다른 지역의 해방기념..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