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일본의 집이나 가게 처마 밑에는 '후우린(바람의 종)' 이 걸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후우린은 바람이 불면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일본의 전통적인 여름 장식으로, 크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종이컵 또는 그보다 작은 아담한 크기이다. 아래에는 '단자쿠(짧은 종이)' 라는 종이가 달려 있으며, 바람이 종이를 흔들면 그 움직임에 따라 안쪽의 추가 종에 닿아 '치린 치린(짤랑짤랑)' 하는 맑은 소리가 울린다.
후우린은 유리, 철, 도자기, 대나무,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재질에 따라 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투명한 유리 후우린은 보기에도 시원하고 맑은 음색을 내며, 남부철기로 만든 철제 후우린은 깊고 은은한 울림이 특징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며, 심리적으로도 시원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후우린은 일본 여름을 대표하는 풍물 가운데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귀로 시원함을 느낀다면, 이번에는 눈으로 더위를 식히는 풍경도 있다.
여름 축제의 포장마차에서 빠지지 않는 놀이가 '킹교스쿠이(금붕어 뜨기)'이다. 얇은 종이를 붙인 작은 뜰채인 '포이'로 금붕어를 건지는 놀이인데, 종이가 물에 닿으면 금세 찢어지기 때문에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전하는 일본 여름 축제의 인기 놀이이다.
하지만 금붕어는 단순히 놀이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에도 시대에는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를 바라보며 더위를 잊고 시원함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지금도 축제에서 데려온 금붕어를 둥근 유리 어항이나 투명한 수조에 넣어 기르는 가정이 적지 않다. 햇빛이 비치는 물속을 천천히 헤엄치는 금붕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원해지는 일본 여름의 또 다른 풍경이다.
이처럼 자연을 이용해 시원함을 느끼려는 지혜는 창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부터 일본에서는 창문 밖에 '스다레(발)'를 걸어 강한 햇빛은 막고 바람은 그대로 통하게 하며 여름을 보냈다. 이러한 전통적인 지혜는 오늘날 더욱 발전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 커튼(Green Curtain)'이다.
창문 밖에 그물을 설치한 뒤 고야(여주)나 나팔꽃 같은 덩굴식물이 그물을 타고 자라도록 하면, 여름이 깊어질수록 덩굴은 길게 뻗고 잎은 창문 전체를 뒤덮어 마치 초록색 커튼처럼 변한다. 무성한 잎이 강한 햇볕을 막아 실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줄여 주고, 바람은 그대로 통하게 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학교와 공공시설,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고야(여주)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열매를 수확해 요리로도 즐길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무성하게 자란 초록빛 잎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그린 커튼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일본의 여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우치미즈(물뿌리기)'이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이면 집 앞이나 가게 앞, 골목길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함께 빼앗는 기화열 현상 덕분에 바닥의 온도가 내려가고, 체감 온도도 조금 낮아진다.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는 더위 해소 방법인 셈이다.
예전에는 우치미즈(물뿌리기)를 마친 뒤 이웃들이 집 앞이나 공원 벤치에 둘러앉아 부채를 부치며 저녁 바람을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천천히 저녁 시간을 보냈다. 후우린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고, 선선한 바람이 골목을 지나가는 풍경은 지금도 많은 일본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여름의 추억이다.
에어컨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일본 사람들은 자연의 힘을 지혜롭게 활용하며 여름을 즐기고 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물과 초록빛 풍경에서 시원함을 느끼며,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 이러한 소박한 여름 풍경 속에는 계절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일본인의 생활 철학과 미의식이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후지와라나나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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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