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구석기시대로 돌아간 듯한 천안함 위기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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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구석기시대로 돌아간 듯한 천안함 위기대응

[시론]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0-03-31 14:13
  • 신문게재 2010-04-01 21면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안타깝다. 젊은 청년들 46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허둥지둥 대면서 시간만 낭비한 우리 군의 대응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 아들 하나를 군에 보냈다가 무사히 제대시키고 또 하나가 군에 가야 하는데 이런 위기대응 수준에 있는 군대로 보낼 생각을 하니 걱정이 커진다.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고 그 많은 국방예산을 써가면서 인공위성, 비행기, 잠수함, 구축함 그리고 첨단 무선통신장비 등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가 애초의 사고 지점에서 불과 18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40m 정도의 바다 속에 가라앉은, 아직도 살아야 할 날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 피 끓는 청년들이 갇혀 있는 천안함 함미 부분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58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항상 위기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우리 군에 위기대응 매뉴얼은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굳이 인공위성을 통해 사하라 사막에 있는 게릴라 부대 대장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추격하는 첩보영화나 잘 생긴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쉴새 없이 실시간으로 위치가 파악돼 쫓기는 첨단 영화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위치가 얼마나 쉽게 파악되는지 알고 있다.

인터넷에서 구글을 열고 위성으로 위치를 파악해보면 불과 30분 전 태평양 건너 로스앤젤레스 길거리의 차 모양까지 한국의 집 안방에서 일반인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지 않는가?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일반 주부도 남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아이가 방과후 학원에 잘 도착했는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는가? 모든 통신이 두절되어 함장이 개인 휴대폰으로 사고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고 민간 어선의 도움으로 위치를 파악했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우리 군의 장비와 능력이 애초 사고지점에서 불과 180 떨어진 바다 속에 가라앉은 함미를 찾는 데 3일이 걸릴 정도로 무능하다고 믿고 싶지 않다. 만약 함미의 위치를 발표된 3일 이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면 함미에 갇혀서 점점 약해지는 생명줄을 붙잡기 위해 사투를 하고 있었을 장병을 구출하려면 군 당국과 정부는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직접 구출이라도 하고 싶은 처절한 심정으로 걱정하고 오열하고 있는 사고 장병의 부모·형제들에게 상황을 진정으로 이해시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군 당국과 정부는 시종일관 무엇을 감추는 듯하고 무능한 모습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정보를 다루는 경제학에서는 시장에서 판매자가 상품의 가격과 품질에 대해서 정보를 많이 가진 반면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지면 소비자는 그 시장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고 분석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가 자기 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면서 구매자에게는 차의 이력에 대한 정보를 적게 주어서 속여 파는 현상이 반복되면 그 중고차 시장에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결과를 가져와 시장이 붕괴한다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고에서도 군과 정부가 정보를 자신들만 갖고 있고 정확한 원인과 상황을 국민에게는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면 국민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어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첨단 정보통신 과학시대의 하드웨어를 구축한 군과 정부가 소프트웨어나 관리 측면에서는 구석기 시대 수준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한편으로, 엊그제 퇴근길에 본 세종시가 건설되고 있는 대평리의 금강다리 아래서 한가로이 강바닥을 퍼 올리던 한 대의 굴착기 모습과 천안함 사태가 오버래핑 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 그리고 정보통신과학기술정책 등 국가의 정책이 올바로 가고 있는지 불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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