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철부지(節知)'란 말도 있다. 시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여름 벌레가 겨울철 얼음을 알지 못하듯이 몇 살 먹지 않은 어린애가 시절을 알지 못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겠지만, 나이도 먹고 알 만한 사람이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에 하는 말이다.
절(節)은 보통 '시절'의 뜻으로 사용하지만 사실 절(節)은 다양한 뜻을 갖고 있다. 절(節)은 보통 '마디절'로 훈독(訓讀)하니 대나무의 마디를 말한다. 이에 연유하는 바가 있다. 상고시대의 문자가 있기 이전에 고인(古人)들은 대나무에 칼로 새겨 계약(契約)하거나 대나무를 쪼개서 한 쪽을 상대방에게 주는 신표(信標)로 사용하였다. 후일에 서로 합쳐서 사실여부를 확인한 즉 대나무는 믿음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 것이다. 부절(符節)이 이 뜻이다.
주역에 수택절괘(水澤節卦)가 있다. 못 위에 물이 가득 고여 있는 모습이다. 조금만 지나쳐도 넘쳐 흐르므로 절(節)은 절제(節制)의 뜻이 된다. 욕심을 없애는 것이 절제의 뜻이니 절제하면 만사가 형통해진다. 따라서 절은 통(通)하는 뜻도 된다. 대나무 속이 비어져 있음 또한 통한 모습이다. 마디 사이의 단락이 있으므로 절도(節度)의 뜻이 있고, 성질이 견고하므로 절개(節介)의 뜻이 있고, 마디 사이가 이어져 있으므로 인체의 뼈마디를 절(節)로 삼기도 한다.
예절의 예(禮)자가 몸체(體)자와 뜻을 함께 하니 뼈마디로 인해서 신체가 굴신(屈伸)함이 바로 예를 행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절(節)은 막힌 곳은 통하게 하고 통한 곳은 막으니 바로 절기(節氣)의 절이요 음악에서의 절(節)이요 예절의 절의 뜻이 된다. 절(節)은 마냥 좋은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수에 맞게 처해서 절을 행하는 자를 안절(安節)이라 하고, 너무 지나치게 절을 행하는 자를 고절(苦節)이라 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즐거이 행할 수 있는 절(節)을 감절(甘節)이라 한다.
이처럼 절(節)의 뜻이 다양하니 철을 알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주역』에 절괘(節卦)는 60번째에 나오는 괘인데 천지의 운행수를 60으로써 절을 삼는다. 천간과 지지를 조합해서 60갑자가 이루어진 것이니 갑자, 을축에서부터 시작해 임술, 계해로 마치는 기간이 60이 된다. 60을 절(節)로 삼는 이유는 천지간에도 과불급(過不及)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것은 억제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해서 다시 중정(中正)으로 나아가는 기간을 60으로 잡은 것이니 사람도 나이 60을 한 절(節)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60세 되는 사람보고 비로소 '철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천지도 절(節)해서 사시를 이루듯[天地節而四時成]이 사람 나이 60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수명이 짧았던 시절, '철들자 노망한다'는 옛 속담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수시대다. 선천수명은 60세요 후천수명은 120세라 한다. 역에서 말하는 원리다. 다시 갑자(甲子)로 시작하는 61세를 환갑(還甲)이라 하고, 61을 뜻하는 글자인 화(華)자를 써서 화갑(華甲)이라고도 말한다.
화(華)자가 십(十)자 여섯 개에 한 일(一)자를 합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61은 한자로 육(六)과 일(一)을 합한 '설립(立)'자가 되기도 하니 새롭게 서야하는 환갑의 나이다. 60전에는 철모르고 사는 인생일지 모르지만 60이 지나서는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새롭게 인생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60을 살았어도 남은 60을 더 살 수 있는 인생이니 이 같은 사실을 깨닫고 여생(餘生)을 산다면 분명 모르고 사는 인생보다는 곱절이상의 가치를 이룰 것이다./주역학자·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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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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