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묘지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공원묘원'이라는 공간이 본격적으로 조성되던 즈음이 아닐까. 이제 무덤은 더 이상 무섭거나 을씨년스러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떠난 고인들이 영면에 든 또 다른 쉼터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때 잘못 입력된 무덤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성년이 되어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묘지를 보면서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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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파리 시내에 산재한 여러 묘지는 이제 유럽에서도 손꼽는 문화명소,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몽파르나스, 몽마르트르 등 시내 요충지에 자리 잡은 이들 묘소에는 저명인사와 평범한 시민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특히 파리시내 공동묘지의 대명사격인 페르 라셰즈 묘지는 규모나 안장된 인사들의 면모로 볼 때 맏형 격이다.
입구에서 배부하는 지도를 들고, 운이 좋으면 박식한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숲이 우거진 드넓은 경내를 걷다보면 국적과 시대, 경력과 명성은 다르지만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발자크, 프루스트, 알퐁스 도데, 아폴리네르, 오스카 와일드, 이브 몽탕, 에디트 피아프, 모딜리아니, 비제, 로시니, 쇼팽, 들라크루아 같은 유명인이라고 더 큰 면적에 호화로운 봉분과 장식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죽음과 휴식이 거기 있다.
그 가운데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가수, 작곡가, 시인, 작가 겸 감독 짐 모리슨(1943~1971)의 묘소<사진>에는 극성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려들어 야간경비를 서기도 한다. 시인, 작가, 음악가, 화가, 연예인, 정치인, 철학자 등 문화예술인들의 무덤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숭배자들로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덤이라기보다는 야외 조각공원, 노천 박물관이 되었다.
우리도 세상을 떠난 예술인들의 유해를 한데 옮겨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문화의 향기를 생활 속에 전파하는 테마묘지를 조성할 때도 된 듯 싶다. 교통이 편리한 대전, 충청지역이 적지로 꼽힌다. 페르 라셰즈 묘지가 200년 걸려 오늘의 명소를 이루었듯 성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새로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면 기존 공원묘원의 일부를 특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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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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