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직장 내 '양다리' 해고사유 안된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주목할 만한 판결]직장 내 '양다리' 해고사유 안된다

법원 “노동운동 원칙 훼손이나 조직 질서문란 증거없어”

  • 승인 2014-02-25 17:50
  • 신문게재 2014-02-26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직장 내에서 소위, '양다리'를 걸쳤다는 이유로 해고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현우)는 A(43)씨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2007년부터 노조 대전ㆍ충남지역본부 조직국장을 맡았던 A씨는 2012년 10월 노조로부터 징계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유는 이렇다.

A씨는 8년간 교제해온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지역본부 산하 모 지부 여성 조직부장 B씨와 가까워지면서 2011년 11월부터 교제를 했다. 물론, A씨는 B씨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제 두 달 후쯤 B씨는 A씨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교제는 계속했다. 하지만, 8개월 후부터 A씨에게 여자친구 외에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는지 의심하면서 자주 다투게 되자, 대전ㆍ충남지역본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게 됐다.

이에 본부장은 A씨에게 사직을 권고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본부장은 결국 중앙 본조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했고, 진상조사위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해고를 통지했다. 노동운동의 원칙을 훼손하거나 조합 조직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 측은 “조직활동을 매개로 발생한 것으로,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라 할 수 없다”며 “고도의 도덕적 책임이 부여되는 업무임에도 부적절한 관계로 조직 전체의 위신을 손상시키고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조합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미혼 남녀의 교제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것으로, 심각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노동운동 원칙을 훼손했다거나 조직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원고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안 후에도 교제를 부당하게 강요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후에도 B씨가 지속적으로 연락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한만중 변호사는 “도덕성 등 노조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교제가 당사자들의 갈등을 야기했다는 사실관계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