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리뷰]이젠 수요자 중심의 R&D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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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이젠 수요자 중심의 R&D 시대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15-02-26 14:09
  • 신문게재 2015-02-27 19면
  •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과학·기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발전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연구현장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연구개발(R&D)도 기술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분야별 R&D에서 융합형 R&D로, 폐쇄형 R&D에서 개방형 R&D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요자 중심 연구개발이 총제적 변화를 리드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이전의 연구개발이 기술 자체의 중요성, 가치, 잠재적 파급효과에서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장이나 사회 혹은 국가적 수요가 그 중심이 돼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 정책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업무보고를 통해 향후 제반 응용·개발 연구를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즉, 기술개발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단계까지 국민 참여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이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이바지하고, 기술개발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수요를 반영한 과제 기획을 의무화하고, 기술사업화 예산도 확대해 나감으로써 연구개발과 산업육성의 일체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바로 연구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경우에는 본인의 연구개발이 국가·사회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앞으로 연구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예로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분야 중 하나인 한의약 분야 R&D를 살펴보자. 한의약에 대한 현대적 R&D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출발이 늦다. 국가정책으로 한의약 연구개발이 시작된 것은 1994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설립되고, 1998년 한방치료기술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미약하였고, 소규모의 문헌연구와 정책연구가 다수를 이루었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R&D에 대한 중장기전략이 수립되고 연구 프로젝트의 대형화가 이루어지면서 R&D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한의약 분야의 연구개발 또한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연구자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본인이 궁금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학술논문에 등재하거나 특허를 출원하였다. 국민 건강에 기여하거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을 비롯하여 그 결과가 어떻게 잘 쓰이느냐 하는 문제는 연구자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아니었고 오로지 향후에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이제 한의약 분야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국가 차원의 한의약 연구개발은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도 여타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수요자 중심 연구개발이라는 사회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들은 효과가 좋고, 믿을 수 있는 한의약 치료를 원하고, 관련 기업들은 바로 산업화로 진행될 수 있는 기술 이전을 원하며, 한의임상현장에서는 의료서비스 시장이 보다 더 활성화되길 원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으로서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연구개발은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수요자의 요구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인 것이다.

한의약 R&D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먼저 사회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의 임무중심·수직적인 조직을 한의기반, 임상, 융합 연구부와 더불어 K-허브, 미병(未病) 등 현안해결을 위한 연구단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체계로 개편했다. 또한, 수요자 의견을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기 위해 수요조사 체계를 새롭게 재구축하고 상시적으로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의 성과를 직접 체감해야 할 국민들, 그리고 한의계와 한의약 산업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과학·기술 R&D의 혁신, 이제는 수요자 중심·체감형 R&D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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