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눈]응답하라! 크리스마스의 추억

  • 오피니언
  • 미디어의 눈

[미디어의 눈]응답하라! 크리스마스의 추억

미생들의 성탄절,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지갑보다 마음여는 선물같은 하루되길

  • 승인 2015-12-24 14:26
  • 신문게재 2015-12-25 23면
  • 고미선 편집부장고미선 편집부장
▲ 고미선 편집부장
<br />
▲ 고미선 편집부장
추위를 많이 타던 여자아이는 겨울을 끔찍히도 싫어했다. 하얀 눈이 그림처럼 쏟아지는 날, 동그란 안경에 뽀얀 김이 가득 차오를 때까지 목도리를 칭칭 감고 어깨를 움츠렸다.

늘 추웠던 12월,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건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아침, 머리맡에 찍혀있던 큼지막한 발자국이 산타할아버지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그날부터 부모님은 더 이상 딸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으셨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성탄절이 돌아왔다.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기독탄생일 이라는 빨간날은 그닥 설레거나 흥겹지 않은게 사실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간간히 들리는 캐럴송도 예전처럼 요란하지 않다.

2015 세밑,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성탄절의 추억따윈 결코 응답하지 않는다.

심화되는 취업난 속 3포세대, 5포세대를 넘어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지금, 20대 신입사원에게 명퇴하라며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대기업 이야기를 듣게 된다. 끝 모를 침체일로의 길을 걷는 한국경제가 무섭다.

젊은 청춘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들은 10년, 20년을 내다보며 미래를 설계하고 싶지만 회사와 윗 사람들은 단 1~2년간의 성과만을 들이대며 비정규직과 같은 마인드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이다.

죽을만큼 열심히 일했지만 활짝 웃지 못하는 현실에 많이 갑갑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맘때쯤이면 가슴 따뜻해지는 스토리도 있다. 먹고살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불황의 시대, 불신과 냉소로 가득한 세상을 녹이는 기부천사들의 선행이 그것이다. 얼마 전 난민가정 출신의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CEO이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 52조 원에 달하는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스케일 부터 다른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마음이 말랑말랑해 졌다.

사랑 나눔은 덧셈이 아닌 곱셈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하지 않는가.

대전에서도 구세군 냄비에 1000만 원짜리 봉투를 넣고 사라진 익명의 60대, 그리고 며칠후엔 얼굴없는 천사가 대전공동모금회에 2000만원을 기탁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국내 대표적인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중 익명 기부자가 13%에 달해 전문직과 함께 두 번째로 비중이 크다고 한다. 아무도 모르게 나눔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액기부의 사실이 알려지면 지역사회와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돼 '나도 좀 도와달라'는 부탁이 밀려든다고….

역시, 좋은일은 쉽지 않다. 선행조차 숨겨야 하는 '복면천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개가 끄떡여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기 어려운 암울한 때일 수록 지갑이 아닌 마음을 여는 행위가 필요하다.

늘 추운 12월, 또 다시 돌아온 성탄절.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마법과 같은 시간, 기적이라 말하고 싶은 순간, 떠들썩한 웃음과 붐비는 거리, 감사가 넘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체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하루가 되길 소망해 본다.

모두들 Merry christma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10중 추돌사고… 16명 사상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1.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2.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포지엄 성료
  3.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4. 백석대, 한·일 노인복지 현장교류 프로그램 개최...초고령사회를 넘어 미래로
  5.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해바라기센터 등 방문… 직원 격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대전시의회가 시정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한 가운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신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계약 구조와 행정 효율성 부족, 산업정책 추진력 저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먼저 대전한화생명볼파크의 사용·수익허가 계약이 공공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불균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7일 열린 제291회 제2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박종선 의원(국민의힘·유성1)은 "대전시와 한화이글스가 체결한 야구장 사용·수익허가 계약서에서 관리 주체와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는 "야구장의 직접..

국민의힘 대전시당, 논평전 강화 시도 눈길… 지선 앞 여론전 선점?
국민의힘 대전시당, 논평전 강화 시도 눈길… 지선 앞 여론전 선점?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이은권 위원장 체제 전환 후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여론전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데, 전임 대변인단 때와 달리 현안별 세심한 대응과 공당 논평에 맞는 무게감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7~8일 민주당 박정현 대전시당위원장과 허태정 전 대전시장을 겨냥한 논평을 냈다. 날짜별론 7일에 2개, 8일에 1개의 논평이 나갔다. 우선 박 위원장을 향해선 특정 국가나 국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지역 정부가 지역소멸 우려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광역권(5극 3특)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광역급행철도(CTX) 등 광역교통망 구축에서 수도권 빨대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충청권은 국토 중심에 있어 광역교통망 구축에 유리하지만, 수도권에 인접해 자칫 지역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 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광역교통망을 지역 주도형으로 구축 균형발전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와 대전연구원 주최로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 '2025 대전 정책엑스포'의 '새 정부 균형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