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경기 침체 속, 왜 물가만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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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 경기 침체 속, 왜 물가만 오를까

  • 승인 2017-01-04 11:39
  • 신문게재 2017-0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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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행진은 연초에도 계속된다.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지수와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6~7년 만에 최고 행진 중이다. 라면, 콜라, 맥주에 이어 기름값과 에너지요금이 상승세를 견인할 움직임이다. 그런데 숫자와 체감의 거리는 아득하다. 소비생활 영향에 따라 물가 가중치를 매길 때 계란 비중은 1000 중 2.4다. 4일부터 수입 계란 등에 긴급할당관세를 시행했지만 출고가 인하는 미지수다. 신선식품 가중치도 전체의 0.4%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과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는 이유는 다면적이다. 연말연시 기습인상 도미노, 조류인플루엔자(AI)와 폭염 등 기상재해에 따른 채소 흉작을 우선 들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물가와 선진국 등 해외물가 동조성(同調性)이 확대된 것도 원인이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등 공급 측 물가의 상승세, 글로벌 물가상승세가 영향을 미쳤다. 탄핵 정국의 시장 컨트롤 기능 마비도 빼놓고 가면 서운하다. 어쨌든 1년 새 배추는 112%, 무는 206%까지 올랐다. 이러고도 전체 물가 1% 상승이니 작년 10월 이후 1%대 안착이니 한다. 그러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가계는 기본 의식주 소비에도 지갑을 닫고 있다. 어이없는 가정이지만, 정부가 설마 짐바브웨를 쳐다보고 낙관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국내 계란 값이 1년 전에 비해 56% 올랐지만 1000억 짐바브웨 달러로는 계란 3개를 살 돈이다. 돈이 돈이 아닌 것이다. 2015년 중국 위안화를 공식 통화로 잠깐 사용하는 듯하더니 이제 막 자국 화폐 발행을 재개했다. 92세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집권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 나라 물가상승률은 무려 '2억%'를 기록했다.

막장 경제국의 물가니까 비교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더 현실적인(?) 고물가 사례인 베네수엘라의 지난 1년 물가상승률은 700%였다. 그 정도만 되어도 돈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 상품과 교환한다. 능력이 안 되면서 빈민층 토지재분배 등 무리한 무상복지를 남발하고 경제 리세션을 겪으면서 한때 남미 최대 경제부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경제는 정치와 큰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을 호되게 앓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은 된다.

이에 비해 농축산물 3.8%, 신선식품 6.59% 인상은 새 발의 피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이것도 '역대급'이다. 경제 살리기의 관건이 소비심리 살리기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가계의 대출 원리금 부담이 겹쳐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물가 하방 압력이던 국제유가가 정유년 들어서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위기는 첩첩산중이다.

고삐가 풀린 건 밥상물가만이 아니다. 자영업은 하루 평균 2000개 가게가 문을 닫고 기업 환경은 울퉁불퉁하다. 제수와 선물용 과일의 출하량 감소가 예상되는 설 대목은 명절에 실제 첫 적용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사정권에 들어 있다. 경기침체(스태크네이션) 속의 물가상승 및 화폐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인 스태그플레이션, 이보다 심각한 상태인 슬럼프플레이션까지 미리 걱정해봐야 할 상황이다.

어떤 학자는 물가를 부채질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스' 자도 못 꺼내게 했다. 가계 소비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갑갑하다. 정부는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데 저성장, 저소득, 고물가의 삼중고를 겪는 국민은 겨울나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서로 별세계에 사는 것 같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작년에 딱 1% 올랐고 올해는 연간 1.6% 상승한다며 또 숫자를 들이밀려 한다. 국정 공백은 어쩔 수 없지만 대처법이 참으로 안일하거나 안이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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