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리베라호텔 추억 기억하시나요?

  • 사회/교육
  • 미담

대전 리베라호텔 추억 기억하시나요?

폐업 18시간 앞둔 리베라호텔 가보니

  • 승인 2017-12-31 12:39
  • 수정 2017-12-31 12:46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리베라호텔 사진
29년 역사를 마감하는 대전 리베라호텔을 31일 새벽잠을 물리치고 찾아갔다. 12월 31일 자정을 시점으로 더는 영업하지 않는 폐업을 한다고 했으니 영업일로는 이날이 마지막인 셈이다.

일단 리베라호텔 3층에 있는 목욕탕부터 찾았다. 유성온천을 수없이 다녀봤지만, 미안하게도 리베라호텔의 사우나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곳 사우나는 인근 온천대중탕 요금의 2배 정도여서 기자 역시 동네 목욕탕 찾듯 편하게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지역 정·재계 인사들이 이곳에서 피로를 푼다는 귀뜀정도를 들어온 터다.



벗어둔 신발을 직원이 별도로 보관해주고 탈의실에 직원 호출벨이 있는 것이나 개인사물함과 휴게실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는 게 일반 대중탕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뜨끈한 탕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사우나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내가 대전 호텔리베라와 맺었던 인연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곰곰이각에 빠진 끝에 건져 올린 첫 번째 기억은 둘째 누님의 맞선이었다.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둘째 누님은 리베라호텔 1층 중식당에서 맞선을 봤고 결혼해 1남 3녀의 가정을 이뤘다. 그때 누님의 중매자리를 지켜보기 위해 모든 식구가 이곳에 모였는데 초등학생이었던 기자는 이곳이 왕국 같다는 생각했던 것 같다.

누었던 몸을 일으켜 목욕의자에 앉아 거울에 찬물을 뿌렸다. 하얀 면도폼을 바른 얼굴에 면도기를 쓱쓱 저으며 두 번째 교차점이 생각났다.

2009년 기자가 결혼을 앞두고 예비 처가에 함을 드리고 나서 찾아온 곳이 리베라호텔이었다. “무거워서 함 못 들어가요” 함잡이를 맡은 친구는 오징어 탈을 쓴 채 처가 문앞에서 주저앉았고 버티기 끝에 두툼한 노잣돈을 받아냈다. 그런 함잡이 친구들에게 대접하려 예비 신부를 앞세워 찾은 곳이 리베라호텔 지하층에 있던 제니아 클럽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함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날 작은 축하자리를 이곳에서 했다.

목욕을 끝내고 머리를 말리는데 “안녕하세요” 인사말이 들린다. 아쉽게도 기자를 찾는 게 아니라 지인 두 명이 사우나에서 오랜만에 만났는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대전에서 살면서 가장 대전다운 모습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 있다. 대덕특구? 동물원? 지하철? 이중 무엇도 대전을 대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유성온천 목욕만큼은 가장 대전다운 일이 될 것 같다. 가족, 친구, 선·후배가 모여 혹은 혼자서라도 유성온천을 찾은 경험이 있고 이 때 느낌과 생각은 대전시민들이 공유하는 큰 자산이라는 게 생각의 결론이었다.

옷을 갖춰 입고 사우나를 나서는데 여기저기 아쉬운 작별인사가 다시 한번 청각을 자극했다. “반가운 얼굴을 이제 못 본다니 아쉬워서 어쩌누” “서울에 있는 호텔에는 안 가기로 한 거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날 호텔 손님들은 사우나 입구에서 열쇠를 나눠주던 직원에게도 지하 1층 뷔페식당을 관리하던 팀장에게도, 복도를 청소하는 노동자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넸다.

리베라 카운터
호텔 7층 객실 복도에서는 투숙객들이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오히려 슬프게 다가왔다. 침구류부터 모든 시설은 온전한데 호텔은 폐업한다니. 직원 130여 명은 오늘까지 호텔을 쓸고 닦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데 내일은 없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김희준 리베라호텔 노조위원장은 “일방적은 폐업선언에 저항하고자 직원들은 계속해서 출근투쟁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마을 앞에 고압 송전탑 있는데 345㎸ 추가? 안 됩니다" 주민들 반발
  3. 세종청년센터, 2025 청년 도전과 성장의 무대 재확인
  4. 한국산업은행 세종지점, 어진동 단국세종빌딩에 둥지
  5. 세종충남대병원, 지역 보건의료 개선 선도
  1.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2.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300여명 조합원과 함께한 연말 영화 힐링
  3. [현장취재]신임 윤성원 제38대 한남대 총동문회장 취임
  4.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5. 한수정, '야생동물' 보호·공존 강화한다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