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분노, 탄식, 비애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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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분노, 탄식, 비애의 정서

- 영화 <국가부도의 날>

  • 승인 2018-12-06 16:56
  • 신문게재 2018-12-07 9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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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존재합니다. 재정국 차관이 있고, 청와대 경제 수석이 있습니다. 정부 책임자들입니다. 한국은행 총장이 있고, 팀장과 팀원이 있습니다. 외환 관리 당국자들입니다. 종합금융회사 직원들이 있고, 은행원들이 있습니다. 금융권 사람들입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있습니다. 여기에 위기를 기회로 잡아 돈을 버는 부동산업자, 사채업자 비슷한 사람들도 나옵니다. 끝으로 IMF 협상팀이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람들 간의 일을 다룹니다.

IMF 사태는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국가의 신용도가 급추락하는 경제 위기, 즉 돈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궁극에는 사람들이 결부됩니다. 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은 사태를 촉발한 원인 제공자,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쓰는 방어자,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방관자, 그리고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보는 이들로 나뉩니다.

영화가 드러내는 것은 분노의 정서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탄식과 비애로 이어집니다.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예고된 파국을 은폐할 뿐 아니라 사회의 가장 기층에 있는 서민들에게 피해를 뒤집어씌우는 정부 책임자에 대해 분노합니다. 미리 알지 못했고, 나중에 알았지만 막지 못한 외환 당국자들의 탄식이 깊습니다. 국제 금융 질서의 냉혹함과 그로 인해 실업을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서민들, 그 가족들의 비애는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영화 속에서 믿은 자는 속았고, 속지 않겠다 다짐한 자는 믿지 않습니다. 믿음이 실패의 원인이고, 불신이 성공의 근거가 되는 역리와 모순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영화 속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국민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제공했고,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이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아직도 높은 계층에 있습니다. 부도를 맞고, 생계를 잃은 이들이 외려 가장 크게 희생했습니다. 집을 잃었고, 가정이 깨졌습니다. 그런데 서민들이 금을 모아 대기업의 빚을 갚았습니다.

어쩌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봅니다. 정말 자연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세상사에 시달려 숨은 이들의 사연이 아픕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IMF 위기 때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이제 세상은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아프게 한 자들이 아픔을 당한 이를 밟고 일어서는 역리가 또 생기기 않도록.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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