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난 사고 없는 세상을 위하여

  • 오피니언

[기고]재난 사고 없는 세상을 위하여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승인 2019-04-17 11:38
  • 신문게재 2019-04-18 20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장종태 동정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릭 레스콜라는 세계무역센터에 본사를 둔 모건스탠리의 안전요원으로 근무했다. 여객기가 옆 건물로 돌진하자 레스콜라는 사무실을 돌며 대피를 명령했다. 잠시 후 그 건물에도 여객기가 충돌했지만 2600여 명의 직원은 안전하게 대피했다. 1층까지 내려왔던 레스콜라는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며 다시 위층으로 향했다. 곧 건물이 무너졌고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당시 미야기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근무하던 엔도 미키는 거대한 파고의 쓰나미가 마을로 향하자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그 순간까지 안내방송을 계속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후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그녀의 모습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전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전국의 소방관들이 강원도로 향하던 모습은 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소방차가 고속도로를 줄지어 달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했다. 밤새 진화작업을 마치고 검게 그은 얼굴과 군복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군인들의 모습도 그랬다. 한순간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됐길 소망한다.

대형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헌신이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전반의 시설물에 대한 점검을 통해 위험요소를 없애고 전 국민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국가안전대진단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 2월 18일부터 2개월간 위험시설물 합동점검과 자율 점검 실천 안전문화 운동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대전 서구 역시 그동안 공무원은 물론 유관기관, 민간전문가 등으로 점검반을 구성해 지역 시설물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또 일반 구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 홍보 캠페인, 기관·단체 교육 및 간담회를 열고,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직접 주택가를 방문해 자율점검표를 안내하는 등 자율점검 실천 안전문화 운동을 펼쳤다. 이와 함께 확대간부회의, 주간업무회의, 보고회 등을 통해 수시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했다. 서구는 국가안전대진단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조치를 통해 시설물의 위험 요소를 없애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실천이 중요한 만큼 구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안전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임무를 수행한 사람들이 있기에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헌신과 희생도 철저한 대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 수많은 목숨을 구한 레스콜라는 9·11 테러 이전부터 모건스탠리가 입주한 세계무역센터의 잠재적인 위험을 분석하고 다각적인 재난 대비 플랜을 마련했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에서 전국의 소방대원이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도 변화된 재난 대응 시스템과 철저한 대비 덕분이었다.

우리는 5년 전 4월 16일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될 참사를 경험했다. 비극의 현장에도 꽃은 피었다. 선장은 승객을 버리고 달아났지만, 선내방송을 담당했던 고 박지영 씨는 기울어진 배를 기어 올라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건네주고 빠져나오지 못한 단원고 선생님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코끝이 시리다.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재난과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철저한 점검과 대비가 우선이다. 이제 침몰하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월호 같은 배가 출항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2. 충남교육청, 교육공동체 함께하는 '책심(心)키움 마당' 운영
  3. 세종충남대병원, 410g 초극소 이른둥이 생존 화제
  4.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5. 충남도의회, 경로당 내 친환경 식재료 확대 방안 모색
  1. "양수발전소로 금산 미래 발전 이끈다"… 충남도, 민선8기 4년차 금산 방문
  2. 2026 세종시 지방선거 킥오프? 입후보 예정자 다 모여
  3. 내포∼세종 연결도로망 구축 청신호
  4. 장기요양기관 법령 이해도 높인다...경진대회 성료
  5. "대한민국 대표 치유·힐링 중심지로"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2차 자문위원 회의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신도시 건설 이후 수년간 방치됐던 공터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아파트 숲 속 허허벌판으로 남겨졌던 곳에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충남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내포 RH-14블럭인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929번지 일원에 'e편한세상 내포 에듀플라츠'를 건설 중이다. 공사를 총괄하는 시행사는 충남개발공사가, 시공사는 DL이앤씨가 맡았다. 총 세대수 727세대인 해당 아파트의 대지면적은 3만 8777.5㎡로 지하 2층~지상25층 규모, 10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대구..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코스피가 5일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버블론 확산으로 지수가 크게 떨어지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36분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증시가 크게 출렁인 후 올해 두 번째 사이드카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올해 처음으로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코스닥은 코스닥 150선물지수가 6%, 코스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