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학기술의 힘으로 새 역사를

  • 정치/행정
  • 대전

[월요논단] 과학기술의 힘으로 새 역사를

▲김영상 충남대 교수

  • 승인 2019-08-18 13:09
  • 신문게재 2019-08-19 22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영상 교수
▲김영상 충남대 교수
지난 8월 2일은 온 국민이 긴장 속에서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울분을 터뜨린 날이었다. 일본이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이 적용되는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규제조치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호혜주의에 입각해 무역거래를 해왔던 한일 관계가 하루아침에 파탄 국면을 맞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일본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은 1910년 무자비하게 조선의 국권을 침탈한 후 한반도 전역에서 35년간의 식민통치로 수많은 민초들의 목숨을 앗고, 혹독하게 인적 물적 자원을 수탈해간 장본인이다. 당시 일제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형언키 어려운 만행을 저질렀고, 그 쓰라린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정부 간의 협정으로 제한할 수 없는 신성한 개인 인권의 문제이다. 가해자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과 만행을 은폐, 호도하면서 여러 사리에 맞지 않는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보복을 시작한 것이다.



본 사태를 맞이하면서 이미 많은 과학기술 전문인들이 진단하는 것처럼 이번 일본의 치졸한 조치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많은 공감이 간다. 이번 경제보복사태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하겠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과학기술의 자립'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 제조업, 정보통신 기술 등의 성과에 힘입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을 앞두고는 있지만, 기초과학 연구와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핵심소재·부품산업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아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과 같은 경제보복을 당하면서 신속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동안 정부는 연구실에서 창출된 첨단 지식의 산업화를 목표로 대학생 창업, 연구실 창업 등을 장려해오고 있으며, 벤처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과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의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괄목한 상태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정부의 산업체 육성계획은 기본적으로 현행 국제 경제 질서를 전제로 하여 계획되었으며, 국가 간 상호 호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이러한 국제 분업의 질서를 우리의 대외 교역량에서 3위안에 드는 일본이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그간 세워놓은 국가 경제 발전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정책을 새롭게 짜야할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금 과학기술정책을 장기적 안목으로 재편하고, 이를 범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핵심전략물자를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기술 종속성을 탈피하기까지에는 시간과 자본의 투입 등 지난한 요소가 도처에 널려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수모를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경제 협력과 국제 분업 구도를 경제보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도발에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략적 차원의 인내가 필요하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의 육성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과거 IMF 사태를 맞이하여 이공계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결과물로서 생성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아직도 완전히 극복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위기는 극복했지만 이를 충분한 재도약의 기회로 삼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과학기술의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장기적이고 창의적 연구가 가능한 과감한 투자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10년간의 연구를 지원하는 장기연구과제 시스템을 출범시킨 것이다. 아직 그 지원 규모가 작은 수준이지만 과감한 정책수립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미 일본은 오래전부터 과학기술투자에 이러한 방식을 시행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단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계와 산업계, 재계의 보다 긴밀한 응급 협력쳬계 구축이 필수적인데,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불교와 도예기술의 전파 역사는 뒷전에 두더라도, 드라마와 K 팝으로 대표되는 문화, 예술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우리가 중심이다. 위기이지만 도약의 기회가 왔다. 과학계는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축적해 나간다면 과학기술의 힘으로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국가의 총역량을 결집하여 우리는 작금의 일본의 경제보복은 인류공영의 숭고한 가치 추구를 훼손한 또 하나의 만행이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김영상 충남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2. 이중호 "한밭대전, 대전의 고유 e스포츠 축제로 키워야"
  3. [2026 수능] 국어·수학 변별력 있게 출제 예상… 수험생 증가·사탐런·의대정원 조정 등 '변수'
  4. 충청 4개 시도 수험생 5만 5281명 응시… 수능 한파 없어
  5. 서해안 해양치유산업 핵심거점 '태안 해양치유센터' 개관
  1. "시민 빠진 문화행정"…대전시, 수치만 채운 예술정책 도마에
  2. ‘선배님들 수능 대박’
  3.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4. 김영삼 "대덕특구 순환버스 중단 우려"… 산건위 市 교통국 행정사무감사
  5. 이장우 시장 "지방재정 부담 사전협의 및 예타제도 개선 필요"

헤드라인 뉴스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는 독서가 어렵게, 수학은 공통·선택 모두 까다로운 문항이 배치되면서 수험생 체감 난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지만 일부 고난도 문항이 포함돼 상위권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13일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고 9월 모평보다는 부담이 덜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독서는 지문 난도가 높았던 반면 문학과 선택과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성됐다. 법 해석·담보 기능을 다룬 사회 지문은 개념 추론 과정이 복잡했고,..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