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사자성어를 모티브로 한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를 연재합니다.
'이음매'는 두 물체를 이은 자리를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사자성어는 우리네 삶과 밀접한, 그리고 이음매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세인들에게 회자되는 신종 사자성어 '내로남불'이 대표적입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자성어를 엄선하여 독자님들께 선물하겠습니다. 배전의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최근 직장상사가 전격 사직했다. 평소 친형님처럼 가까웠던 분이다. 그래서 서운함이 밀물로 닥쳤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따지고 보면 사직이 아니라 근무지 이동이었기 때문이다. 형님께선 세종시로 이사를 간 데 이어 근무지까지 변동이 된 것이었다. 대전시민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이는 인근의 세종시가 이른바 '빨대효과'로 성장하면서 주변권역의 도시민들을 흡수하는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전은 150만 시민이 붕괴되었고, 충북의 청주 또한 100만 도시가 위협을 받고 있다 한다. 따라서 세종시는 급기야 형님까지 흡사 쓰나미처럼 강탈한 셈이었다.
여하튼 덕분에 출퇴근하기가 용이해졌다는 형님의 말씀에 축하를 드리면서 자주 만날 것을 약속했다. 형님은 사직하면서 사흘간의 연차휴가를 자신의 근무에 포함시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바람에 내가 이틀을, 동료직원은 하루를 직장상사 권한대행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평소엔 내 할 일만 충실히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직장상사 권한대행'까지 맡게 되니 보통 피곤한 게 아니었다.
안내데스크의 여직원까지 배려하여 그가 식사를 하게끔, 쉬는 시간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 때문이었다. 더욱이 나의 정상근무까지를 거기에 포함하자니 주근과 야근까지를 포함하면 나흘에 닷새의 근무라는 강행군이 추가되었다.
가뜩이나 쉽지 않은 업무에 설상가상(雪上加霜) '권한대행'이란 책무까지 지게로 짊어졌으니 심신은 더욱 가팔랐다. 그래서 새삼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교훈이 뻐근한 무게로 다가왔다.
'권불십년'은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오래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예문 "전직 대통령들이 푸른 수의를 입고 있는 꼴이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가 이에 속한다.
한데 이 말도 시류에 따라 바뀌어 앞으론 권불오년(權不五年)으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현재 5년 단임(單任) 정부의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는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권)가 바뀔 적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 덩달아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극렬히 대치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 전직 장관의 부인이 구속 수감되었다.
당사자가 아들을 데리고 면회를 갔다 되돌아오는 모습을 신문에서 보면서 권불십년, 아니 권불오년의 정부와 권력에 대한 허무함이 스멀스멀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애초 권력을 탐하지 않았던들 오늘날과 같은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고작 권불일일(權不一日), 그러니까 내가 직장상사의 부재(不在)로 말미암아 기껏 하루만 대행직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꽤나 힘에 부치거늘 그는 왜 국민의 반 이상이 반대하는 그 직에 올인(all in)했던 것일까?
'올인'은 포커(도박)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한판에 전부 거는 일을 뜻한다. 여기서 이기면 몰라도 지면 끝이다. 사견이지만 전직 법무부장관은 장관직에 오르기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인물이다.
또한 그는 SNS를 이용하여 아군과 적군이란 이분법적 사고와 잣대로써 국민을 반분(半分)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내로남불'의 심화와 함께 무수한 적(敵)을 양산했다.
그러한 업보가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가족까지를 겨냥한 화살과 칼이 된 것이라고 본다.
직장에서도 그렇지만 일을 잘 하는 사람, 어중간한 사람, 있으나마나한 사람……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일을 잘 하면서도 상사의 눈치만 살피기보다는 정의를 앞세워 직언과 고언까지 마다 않는 공직자가 실은 진정한 애국자다. 왕관을 쓰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만 한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자는 당연히 퇴출되어야 옳다. 권불일일(權不一日)도 힘겹거늘 '권불오년'을 지탱하자면 국민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마땅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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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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