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의 치부행각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귀했기에 약으로도 쓰였던 후추를 자그마치 8백석이나 챙겼다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들의 집에는 후추가 한 되도 없던 시절이었다.
다른 재물 역시 태산을 이루었다니 그의 욕심은 그야말로 바다조차 메울 수 없을 정도였다. 반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주인공인 <삼국지>의 제갈량은 촉나라 승상이었으면서도 재산이라곤 뽕나무 8백 그루가 전부였다.
원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충신들을 무자비하게 참람하고 악행까지 일삼았다. 조선시대 때의 간신으론 임사홍(任士洪)이 손꼽힌다.
임사홍의 아들 임광재와 임숭재는 각각 예종과 성종의 사위였다. 한명회의 두 딸이 예종과 성종의 왕비였으니 한명회와 임사홍은 그야말로 '짝짜꿍 사돈'이었던 것이다.
임사홍은 갑자사화(甲子士禍)까지 일으켰다. 참고로, '갑자사화'는 1504년(연산군 10)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尹氏)의 복위문제에 얽혀서 일어난 사화를 말한다. 연산군은 정·엄 두 숙의를 궁중에서 죽이고 그들의 소생을 귀양보냈다가 사사하였다.
그의 조모 인수대비도 정·엄 두 숙의와 한패라 하여 병상에서 난동을 부렸으며 그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산군은 윤씨의 폐출과 사사에 연관된 윤필상(尹弼商)·이극균(李克均)·성준(成俊)·이세좌(李世佐)·권주(權柱)·김굉필(金宏弼)·이주(李胄) 등을 극형에 처하고, 이미 죽은 한치형(韓致亨)·한명회(韓明澮)·정창손(鄭昌孫)·어세겸(魚世謙)·심회(沈澮)·이파(李坡)·정여창(鄭汝昌)·남효온(南孝溫) 등의 명신거유(名臣巨儒) 등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하였다.
그도 모자라 그들의 가족과 제자들까지도 처벌하였다. 이 외에도 홍귀달(洪貴達)·주계군(朱溪君) 등 수십 명이 참혹한 화를 당하였다. 윤 씨 복위에 반대한 선비들을 처형하고 그들의 가족들도 처벌하였기에 드라마나 영화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한데 임사홍은 갑자사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셋째아들 임희재가 능지처사를 당한다. 그러나 임사홍은 임희재가 죽임을 당하는 날에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집에서 연회를 베풀고 술과 음식을 먹으며 풍악까지 울렸다.
이는 물론 연산군을 의식한 행보였으며 간신다운 처세술의 극치였던 셈이다. 상식이겠지만 간신은 군주(임금)에게 민심의 본의(本意)를 상주(上奏)하지 않는다. 또한 귀에 거슬리는 말은 절대로 피하는 습성이 있다.
이런 까닭에 군주는 민의를 왜곡하기 마련이다. 역사를 보면 간신들의 도돌이표가 되풀이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라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든 기업가 또한 어떻게 하면 간신을 구별해 몰아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컨대 간신토벌(奸臣討罰)을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10월30일자 모 신문에 실린 [왕과 민심 사이… 똬리 튼 간신]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이 칼럼에서 글쓴이는 "지금 우리 저잣거리에선 기업들과 상인, 서민들이 못 살겠다고 난리다.(중략)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경제가 좋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는 지도자의 책임인가, 간신들의 농간인가"라고 일갈했다.
간신(奸臣)은 육사신의 하나이며 간사한 신하를 이른다. 육사신(六邪臣)은 나라에 해로운 여섯 유형의 신하인데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을 이른다.
반면 간신(諫臣)은 임금에게 옳은 말로 간하는 신하를 뜻한다. 따라서 옳고 바른 나라를 만들자면 간신을 토벌(討罰)하고 간신(諫臣)을 육성해야 옳다. 상식이겠지만 군주가 깨어있으면 간신이 생기지 않는다.
혹시 간신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심판이 가능하다. 한전은 전기료를 인상하겠다고 나섰으며,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87만 명이나 증가했다. '서리가 내리면 곧 추운 겨울이 온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서리가 내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더운 여름이라며 속이는 사람들 또한 현대판 간신에 다름 아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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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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