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快한 인문도시樂 대전 동구를 디자인하다'를 모토로 14번째 인문주간 시리즈에 마련된 이날의 주제는 ['왕과 참모'로 보는 지금, 여기]였다. 조선왕조(朝鮮王朝)는 518년간 유지되면서 태조에서 순종까지 모두 27명의 국왕이 재위한 국가였다.
세종대왕 때의 태평성대가 있었는가 하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치욕과 부끄러움의 극치까지 보인 선조와 인조는 사실상 민초들로부터 버림받은 군주였다.
따라서 '조선의 왕'으로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와신상담의 험산을 점철하는 강행군이어야만 가능했다. 셰익스피어는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군주, 즉 과거의 임금이나 지금의 대통령이 어찌 하느냐에 따라 민초(국민)의 삶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동의 명제이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까지 몽진을 간 것은 여차하면 명나라(중국)로 망명까지 불사했을 것이란 추측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그로선 왜군에 붙잡히는 것보다 낫다는 구차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과연 그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주장에 동의한 민초와 신하는 몇이나 되었을까? 이런 관점에서 인조 임금 치세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속환되어 돌아온 여인들까지 허투루 볼 수 없다.
그들을 일컬어 '환향녀'(還鄕女)라 했는데 하지만 귀국 후 철저히 버림받았다. 그들은 이후 '화냥년'이라며 가족들로부터도 배척을 당했다. 이는 모두 무능한 군주가 자초한 부메랑의 비극이었다.
신병주 교수는 이날의 강의에서 '1. 조선국왕의 정치적 위상', '2. 적장자 왕위 세습의 아이러니', '3. 조선후기 국왕의 리더십', '4. 흥선대원군의 개혁', '5. 조선의 왕, 현재와 대화하다' 등을 다섯 개의 챕터(chapter)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중 더욱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조선시대 폭군으로 잘 알려진 연산군의 소위 '적장자(嫡長子)의 전횡(專橫)'이었다. 일종의 프리미엄으로도 간주되었던 이러한 역사는 현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북의 김정은이 바로 그런 케이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하나, 술을 좋아했던 조선의 군주는 일부러 경연(經筵=고려, 조선 시대에, 임금이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 연마하고 더불어 신하들과 국정을 협의하던 일. 또는 그런 자리)을 저녁에 맞추고 이후 신하들과 술잔을 나눴다는 대목이다.
대저 술을 잘 사는 군주와 상사는 신하와 부하(직원)로부터도 환영을 받게 마련이다. 반면 독불장군에 만기친람(萬機親覽)도 모자라 옳은 길이 아님에도 극구 그 길을 고집하는 군주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함은 당연지사의 교훈으로 다가왔다.
최근 불거진 모 장관의 임명과 그로 말미암은 국민적 파열음, 여당 대표의 사과는 이의 방증이다. 우리가 다 아는 사자성어에 군신유의(君臣有義)가 있다.
이는 임금과 신하 사이의 도리는 의리(義理)에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이를 약간 변형하여 '군민유의'(君民有義)라고 이 글의 제목을 달았다. 임금과 백성(국민) 사이의 도리에 있어서도 그 바탕과 본질은 의리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치자(治者)는 성군 세종대왕을 꿈꾼다. 그러자면 군민유의는 국정의 기본이자 철학을 이뤄야 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영원불멸의 영웅이 된 것은 위민보국(爲民輔國)과 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정의의 칼을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리더십으로 휘두른 덕분이다.
['왕과 참모'로 보는 지금, 여기] 특강은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유용한 정보와 함께 바쁜 일상 속 힐링의 기회까지를 주고자 마련되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KBS 역사저널 그날'로 스타가 된 후,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우리나라 역사를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흔쾌히 참석해 이 강의를 들었다.
동구민을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가 가능했던 이번 특강에서 황인호 동구청장은 "국내 최고의 역사 전문가를 초빙해 역사가 갖는 깊은 의미를 깨닫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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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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