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너는 말하라! 나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 기준으로 판단한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너는 말하라! 나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 기준으로 판단한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승인 2020-12-21 10:07
  • 신문게재 2020-12-2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신천식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세상이 어지럽다. 말이 난무하고 논리가 말을 부추긴다. 분명한 사실이 존재하는데도 전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평가도 틀려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판단은 자기중심이 된다. 함께 하며 같은 방향만 바라보려는 사람들 곁에 머물려는 끼리끼리의 원초적 욕망은 이제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편 먹기가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보편적 통념과 영원 불멸의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편 먹기 논리에 따라 조작된 정의와 왜곡된 진리만이 존재한다. 소위 진보와 보수간의 심각한 의견 충돌과 갈등의 원인은 확증 편향적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되었으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 미애 법무장관과 윤 석렬 검찰총장 간의 갈등과 대립 구도 또한 편 가르기 논리에 따라, 사실을 바라보는 내용과 평가가 달라지고 부풀어지거나 축소되며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말과 무진장으로 퍼부어대는 논리의 소나기 속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고 혼란스럽다.

말은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여 인간이게 하는 강력한 무기이자 수단이다. 논리는 인간을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바벨탑을 건설하여 신의 노여움을 사야만 했던 인간은 결국은 통합의 도구인 말의 오남용으로 인하여 분열되고, 합리적이며 정당한 체계를 가장한 논리의 왜곡된 덫에 걸려 파멸로 향할 것인가?

의사소통과 정보의 전달을 생명으로 하는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7,000여개의 현존 언어는 5만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언스의 원시 언어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 되고 있다. 특히 언어의 기원은 불연속적이며 순간 발생적이라는 주장과 연속적이며 점증적 출현이라는 대립적 시각이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몸짓과 모음 중심의 원형 언어가 언제 어떤 연유로 비가시적인 무형의 생각과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완결된 자연 언어로 발전한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고고학적 증거에서 유추할 수 있는 숙성된 자연언어의 출현과 존재의 시기는 아시아 대륙을 떠나 바다를 가로질러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한 5 만년 전의 조상 인류에게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당시 거센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고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는, 목표 설정을 위한 집단 구성원간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적이었으며, 상상할 수 없는 대항해의 위험과 장애요인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 수준 높은 논쟁을 위한 언어 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이제는 문명 세계의 보통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리는 자유로운 언어능력의 습득과 활용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인류문명의 토대가 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언어의 출현과 통용이 인류문명의 발전과 성숙에 기여하는 순기능과 함께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 인류의 퇴보와 소멸까지도 불러 올 수 있는 심각한 역기능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간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과 치욕의 역사가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언어의 오용과 왜곡 관련하여, 언어가 가진 본래적이며 근원적인 기능과 역할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지속 가능한 인류문명의 존속을 위하여는 자연언어의 본래적 기능인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과 이해증진에 지체없이 몰입하여야 한다, 아울러 억지 논리와 궤변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역기능적 행태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1.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2.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속보>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폭력이나 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금속보호대가 대전교도소에서 1년간 122차례 사용되고 한 번 사용되면 평균 3시간 50분간 수용자에게 착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보호대를 이용해 6시간 이상 수용자를 결박한 사례도 16차례 있었는데 사후 전자기록을 남겨놓지 않거나 부실작성 등 보호장비 사용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교도소장에게 발송한 직권조사 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이나 자해 위험 수용자를 관리할 목적의 여러 보호대 중 결박 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