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예술가 지원에 대한 고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청년예술가 지원에 대한 고민

  • 승인 2021-01-17 11:14
  • 신문게재 2021-01-18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종현 팀장(대전문화재단 생활문화팀)
박종현 대전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대전문화재단은 지역 청년예술인에게 문화가 있는 날의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청춘마이크 사업’을 2020년 대전·충남 지역 주관처로 추진했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지역문화진흥원 주관으로 매년 지역 주관처 공모를 통해 추진하는 대표적인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이다. 2016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17만6384명의 청년예술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단체는 5회의 공연 기회와 회당 50만 원의 출연료를 지원해 청년예술가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사업이다.

올해 대전문화재단 공모에 192단체가 신청한 가운데 심의를 거쳐 최종 35개 단체를 선정했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 공연으로 134회를 진행해 8만6646회의 온라인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참여한 예술단체가 지역 방송사와의 별도 출연계약 맺고, 지역 게임업체와의 음원사용 계약체결을 한 것은 그 어떤 소식보다도 반가웠고, 문화행정가로서 보람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청춘마이크 사업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만은 없는 것은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대표 문화정책 사업임에도 단기간의 활동 기회 제공이 주요 지원내용인 탓이다. 필자는 대학교 재학 시절 악기를 전공해 결혼식, 기념행사 등 다양한 행사에 불려가 연주를 통해 넉넉한 용돈을 벌면서 다른 학과의 학생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연주자가 일정한 대가를 받으면서 실전 연주의 경험까지 쌓는 것은 충분히 부러움을 살 만하다. 하지만 지금 후배들의 현실을 들어보니 용돈을 남부럽게 벌 수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예술가로서 설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현실에 갑갑하다고 한다. 나아가 예술가로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다른 무엇을 해야 할지 졸업도 안 한 후배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그럼 청년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발성으로 진행하는 창작의 기회, 그에 따른 대가로는 그 답이 충분치 않다. 일시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의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청춘마이크 사업의 경우 총 5회의 공연기회를 제공한다. 그 부분을 나누어 3회는 지금과 같은 출연료를 지급하고 2회는 다른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콜라보 공연 등 새로운 공연을 기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 스스로가 좀 더 자발적으로 기획자로서,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다면 중장기 측면에서 청년예술인이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또 청년예술인들이 모든 지역에 지원신청이 가능한 부분은 외형적으로 신청 기회의 폭은 넓혀졌으나 정작 지역 청년예술인에게는 현실적으로 수도권의 청년예술인과 경쟁을 펼쳐야 하기에 오히려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지방분권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문화분권의 실현이 그 밑바탕이 돼야 하며, 지방의 문화분권 실현은 지역 예술인들의 성장이 제일 먼저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춘마이크 사업도 신청 단체의 주소지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주관처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면 지역 청년예술인의 활동 기회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청춘마이크와 같은 공연 분야뿐 아니라 미술 분야의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대전청년작가장터’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꾸미고 기획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편에서는 공연 분야의 일회성 출연료 지급처럼 작가의 작품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년예술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작품 판매금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을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활동 역량일 것이다. 자신의 기획인 만큼 더욱 열의를 가지고 활동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상시적인 전시·판매 활동이 가능하게 하여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관람 인원 제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이 꾸준히 판매되는 성과가 이뤄지고 있다.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을 이루고 씨를 뿌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을 주어야 하듯이 예술인들이 전문예술가로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세대별 필요·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대전문화재단은 새 수장을 맞아 '같이 하는 문화, 가치 있는 예술'을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금 청년예술가에게 눈앞의 열매를 맺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좋은 토양을 만들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박종현 대전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