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테스형, 고맙습니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테스형, 고맙습니다.

대전경찰청 유동하 감사계장

  • 승인 2021-01-20 10:05
  • 신문게재 2021-01-21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clip20210120095300
유동하 계장
테스형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하얀 거짓말'은 허용되는가? 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 거짓말의 목적이 사익(private goods)이라면 '까만 거짓말'이 되고, 공동선(public goods)을 위해서라면 '하얀 거짓말'이 된다. 하얀 거짓말의 대표적 사례는 소포클레스의 공연 '필록테테스'에 나타난다.



기원전 409년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필록테테스'라는 공연을 열었다. 공연의 역사적 배경은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중 막바지 부분이다. 전쟁 10년째 51일간의 전쟁을 노래한 서사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라면 트로이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필록테테스' 공연이다.

먼저 필록테테스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약간의 그리스 신화 기본지식이 필요한데, 헤라클레스에게 활과 화살을 받은 필록테테스는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에게 납치되자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필록테테스는 트로이로 가던 중에 다치게 돼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지략가 오디세우스에 의해 렘노스섬 갖혀 자기를 버리고 간 지휘관들을 저주하기 시작한다.



그리스 연합군에 납치당한 헬레노스는 결국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가 있어야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신탁을 들려주면서 그 결과로 오디세우스는 네옵톨레모스를 데리고 렘노스섬에 간 이후 스토리가 공연 극으로 펼쳐진다.

오디세우스는 네옵톨레모스에게 그리스 장수들과 말다툼 끝에 귀향하는 길이라고 거짓말을 한 후 필록테테스에게서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오디세우스가 "승리처럼 달콤한 전리품은 없고, 후대 아테네를 위한 위대한 일은 명예를 얻을 것"이라는 말에 일단은 동의하고 필록테테스를 속인다.

결국 필록테테스를 속여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얻었지만, 네옵톨레모스는 결국 사실대로 얘기한다. 그러자 필록테테스가 불같이 화를 내며 트로이 전장으로 가기를 거부하고 활과 화살도 돌려달라고 한다. 이때 하늘에서 헤라클레스가 내려와 필록테테스에게 트로이 전장으로 가서 승리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그들은 렘노스섬을 떠나 트로이로 가면서 막은 내린다.

혹자는 이 공연의 주제가 하얀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부류와 공동선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거짓말은 할 수 있다는 부류로 나뉘어 논쟁이 된다. 지금도 그러한 논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필자는 시각을 달리해 본다. 기원전 409년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중후반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 그리스는 대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이럴 때 소포클레스가 '하얀 거짓말'은 공동선을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전쟁이 여차하면 패전으로 끝날까 봐 전전긍긍하던 때에 소포클레스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데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그대를 속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나서달라는 무언의 촉구였을 것이다. 다행히 이 공연은 1등 상을 받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난 지 240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재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지역의 경찰과 간호사, 의사, 공무원 등이 전면에서 싸우고 있고, 후방에는 요식업, 헬스장업, 노래방업, 결혼식장업, 종교인 등이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코로나 19와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개인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나는 이러한 모든 사람을 '테스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마치 트로이 전쟁에서 버려진 필록테테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트로이 전장으로 가 승리를 이끈 것처럼, 테스형·테스누나들이 이 코로나와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시대의 테스형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대전경찰청 유동하 감사계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2.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2월24일 수요일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