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체육과 스포츠의 참 맛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체육과 스포츠의 참 맛은 무엇인가?

대전외삼중 유근재 교사

  • 승인 2021-04-01 10:08
  • 신문게재 2021-04-02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유근재
대전외삼중 유근재 교사
2019년 가을, 4년의 긴 도전 끝에 드디어 여중부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됐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교육감배 결승전에서의 3점 버저비터와 역전 우승. 그 간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고도 남을만한 흥분감에 들떠있던 중,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소식을 하나 접하게 됐다.

"이번 전국 스포츠클럽대회에서는 순위를 겨루지 않습니다."

유례없는 결정이 각 학교에 통보됐고, 우리는 경상북도 상주에 내려가 실제 대회를 치루는 시점이 되어서야 그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 지도교사와 학생들의 승부욕이 과열되어 경기 중 항의가 빗발쳤고,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이러한 상황은 진정한 스포츠축제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대회가 아니라 축제로 바뀌었다고 했다. 지도교사 입장에서야 주최 측에서 그렇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이제 막 스포츠의 참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나의 학생에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보다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규칙 안에서의 경쟁은 모든 스포츠의 대전제가 아니었나. 단순히 순위를 없애면 해결되는 문제였을까. 만약 그래도 안 되면, 그 다음은 어디인가. 그 결정은 체육을 배우면 건강해지고(체), 지식도 갖추게 되고(지), 무엇보다 심성도 좋아져야 하는데(덕),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으니 너무 열심히 경쟁하지 말라는 단편적 논리의 산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상주에 오기 위해 또는 각 시·도의 1위가 되기 위해 우리가 수개월간 거쳐 온 승패와 순위의 시스템은 그럼 무엇이었냐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서 나아지는 부분들이 지·덕·체라 칭하는 두루뭉술한 연결이 상당부분 틀렸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증명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스쿨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된 모 스포츠 선수들의 학교폭력 스캔들과 같은 사건이 그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츠 피라미드의 정점에 오른 승리자 혹은 체육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최적의 생존자들이 보여준 기대 밖의 이면들은 우리를 다시금 고민의 원점으로 회귀시킨다.

체육이나 스포츠를 배우면 우리에게 무엇이 생기나.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려면 행위의 틀 안에서 종목이나 (순위를 겨루지 않는 등의)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논의를 통해서만 교육자는 어떻게(how)에 대한 해답을, 학생들은 왜(why)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이 교과여야만 하는 이유, 더 나아가서 체육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모두 그 지점에서 설명 내지는 설득이 가능하다.

어느 위치 혹은 위계에 있던, 체육이나 스포츠를 가르치는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경쟁의 올바른 의미와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규칙(심판)과 상대에 대한 존중, 승리와 패배의 인정,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과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은 경쟁 혹은 승리의 추구라는 대전제 위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체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측면(승부욕의 과열, 지나친 항의, 과격한 반칙 등)에만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경쟁의 참 맛, 참 멋을 느낄 수 있도록 과정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대전외삼중 유근재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