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버려진 딸의 복수 '크루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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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버려진 딸의 복수 '크루엘라'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06-17 15:32
  • 수정 2021-06-24 14:36
  • 신문게재 2021-06-18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크루엘라
높은 신분의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는 '백설공주'와 유사합니다. 아버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마냥 선량하지 않으며, 백마 탄 왕자에 의해 구원받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살아갑니다. 도전하고 투쟁합니다.

엄마는 왜 딸을 버렸을까? 영화는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이야기가 시작되게 할 뿐 아니라 모든 갈등과 분투,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남작부인이라는 엄마의 호칭이 실마리가 됩니다. 이름이 아니라 작위에 의한 호칭. 아마도 그녀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을 위해 높은 지위가 필요했을 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게 틀림없습니다. '백설공주'의 왕비와 같습니다.

아이는 버려졌고, 엄마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아이가 커서 결국 엄마 곁으로 오게 합니다. 뼈끝까지 부정하고 싶겠지만 주인공은 엄마로부터 놀라운 재능과 함께 세상과 맞서 싸울 오기를 물려받았습니다. 영화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는 주인공의 대사 슬픔의 5단계에 덧붙여지는 복수를 생각합니다. 복수라기보다 슬픈 화해에 가깝습니다. 여러 평자들이 '조커'와 같은 좀 더 강력한 악당 캐릭터가 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지만, 아마도 그녀는 커리어우먼과 엄마 되기가 양립하기 어려운 현실을 아프게 인식하지 않았을까요?

영화의 더 큰 매력은 그녀가 엄마로부터의 유기에 따른 비애와 복수심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차게 걷는 것에 있습니다. 그녀는 에스텔라라는 이름을 버리고 크루엘라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악당의 탄생보다는 여성 영화적 관점으로의 접근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진정한 복수는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흑과 백으로 분명히 나뉜 크루엘라의 머리카락을 생각합니다. 드러내지 않을 뿐 누구든 선과 악을 지닙니다. 현실과 타협하여 적당히 그런 척, 혹은 그렇지 않은 척할 뿐입니다. 크루엘라가 다른 점은 드러냈다는 것일 겁니다. 그 용기와 당당함이 이 어려운 때에 1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힘일 겁니다. 또 한 가지. 크루엘라는 엄마가 될까? 된다면 성공을 위해 자식을 버렸던 남작부인과 어떻게 다를까? 아니면 끝내 커리어우먼의 길만을 걸을까? 어렵디어려운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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