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속으로③]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 증거가 필요하다

[그날의 기억속으로③]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 증거가 필요하다

  • 승인 2021-08-30 16:38
  • 수정 2021-09-01 10:36
  • 신문게재 2021-08-31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그날의 기억속으로




월드컵 앞둔 2001년 12월 21일 은행 강도살인사건
범행 두 달여 전 권총 탈취·도주로 확보 등 주도면밀
증거불충분으로 영장 기각… 결정적 증거 확보 필요


11
범행은 치밀하고 대범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가량부터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마련하고 도주 경로를 준비한 듯하다. 경찰에게 탈취한 권총으로 한 생명을 빼앗고 거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일당. 때는 한일월드컵 개최 1년도 채 남지 않은 2001년 12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현금 수송차량을 검정 승용차 한 대가 막아선다. 차에서 내린 남성 두 명 중 한 명의 손엔 권총 한 자루가 쥐여 있다. 곧 공포탄에 이어 탄알이 현금출납 담당자였던 40대 남성 김 씨의 가슴과 왼쪽 팔에 파고든다. 범인들은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챙겨 차를 타고 달아났다. 현장으로부터 130m가량 떨어진 곳에 차를 버린 이들은 그렇게 자취를 감쳤다.



2222
총에 맞은 김 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 씨의 몸에서 확인한 탄창은 경찰이 사용하는 총알과 같은 것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2달가량 전인 10월 15일 대덕구 송촌동에서 경찰이 권총을 탈취당하는 사건과 범인이 같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충남경찰청 수사본부는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빠르게 전환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용의자 몽타주를 완성해 현상 수배했으며 각종 제보와 신고를 받았다. 거액의 금액을 갖고 카지노나 경마장에 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대 주차된 차량 조회를 비롯해 휴대폰 발신 등 광범위한 수색을 벌였다. 용의자 현상수배를 통해 수십 건의 시민 제보를 받았으며 이와 동시에 CCTV 탐문 수색을 하기도 했다.

바로 이 사람들~
2001년 12월 27일 당시 중도일보 1면에 게재된 용의자 몽타주.
그러나 범인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은 현상금을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올리며 검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사건은 쉽기 풀리지 않았다. 사건은 해를 넘긴 2002년 8월 한 제보를 통해 용의자 3명을 검거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이들을 풀어준다. 경찰 체포 이후 범행 모의부터 도주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던 용의자들이 후에 진술을 바꾼 데다 결정적인 증거인 훔친 돈과 권총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은 대전 장기미제사건이 됐다. 은밀하고 폐쇄된 곳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시중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서 유사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방범죄가 일어났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한 중도일보 기자는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경찰이 안도하는 분위기였던 게 기억난다"며 "이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서 충격을 받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당시 검거했던 용의자들이 진범일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대전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여전히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부분을 제보와 첩보에 의지해야 하지만 그만큼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는 오랜 경험을 알기 때문이다.

경찰은 "죄를 지었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작은 단서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반드시 진범을 밝혀내겠다. 많은 제보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보 전화 042-609-2772 / 010-2062-4446>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3.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4.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5.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1.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2.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3.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4.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5. [홍석환의 3분 경영] 친구의 빈소에서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