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한글과 PEN의 100년 -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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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한글과 PEN의 100년 -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승인 2021-10-11 09:18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이성만 교수
국제작가협회 PEN은 100년 전 런던에서 설립된 이후 꾸준히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 중이다. 이웃 중국, 멀리 이란, 옛 나치 독일 등에서 언론은 통제품목이고 자유롭지 못했다. 지배자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작가는 박해나 투옥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살해되기도 했다.

용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세계의 적지 않은 작가들은 여전히 박해받고 있다. 전 세계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표현이다 보니, 가장 먼저 체포된 사람도 작가와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표현은 자유, 진리, 인간의 공존과 같은 것들은 기본이다.



영국에서 문학 서클로 설립된 PEN은 박해받고 억압받는 작가들의 목소리로 전 세계로 확산했다. 100년 전인 1921년 10월 5일 화요일, 영국 작가 캐서린 스콧(Catherine Amy Dawson Scott)이 런던 레스토랑에서 창립 만찬을 위해 40여 명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모은 것이 시초였다. 문학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PEN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다.

나치 독일 시기에는 PEN도 포지셔닝 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에 대한 가혹한 박해, 검열, 분서, 독일 PEN의 관변화가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가 겪었던 한글 퇴치, 작가와 언론 탄압을 통한 표현의 자유 억압에 비견될 수 있겠다. "표현의 자유는 영원히 얻기 위해 한 번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공생의 기본을 위한 영원한 투쟁이다. 우리 작가들에게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임무가 어디 있을까!" 독일 작가 율리 체(Juli Zeh)의 말이다.



PEN에 캐서린 스콧이 있다면 한글 사랑의 불씨에는 주시경이 있다. 스콧은 PEN을 창립했고, 주시경은 일제강점기에 '한글모' 모임을 통해 오늘의 한글을 있게 했다. 그의 한글연구의 뜻을 이은 곳이 1921년 주시경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만든 '조선어연구회'다. 이 연구회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바로 한글날의 시작인 '가갸날'을 제정한 것이다.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면서 배운 것에 착안해 만든 이름이란다. 주시경의 한글사랑은 1910년 일제가 국권을 침탈하며 어려워졌다. 일제강점기에 한글을 지키고 알리는 것은 나치 독일 시기에 독일 PEN의 저항운동보다 더 고독한 독립운동이었다.

21세기는 표현의 자유를 한껏 누리는 세상이다. 더불어 다문화 사회도 촉발되었다지만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다문화적이다. 20세기에 영어가 세계화되었듯이 이제 우리의 한글도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즐기는 배추김치의 배추도 토종이 아닌 한 말에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이고 빨간 배추김치도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다문화적 음식이다. 화투, 즉 '꽃들의 전쟁'도 포르투갈의 카르타가 일본에 들어가 화찰이 되고 이것이 다시 한국에 들어와 새로운 문화로 탄생했으니 다문화적 놀이인 셈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가. 태아 때부터 서양을 배운다. 태교 음악으로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 두세 살이 되면 동화나 만화로 서양의 언어와 문화를 주입받는다. 흑발이 아니라 금발 주인공이 움직이며 시선을 끄는 애니메이션은 주입 효과가 더 크다. 아이에게 공주를 그려보게 하면 거의 다 금발머리를 늘어뜨린 백설공주를 그린다. 네다섯 살이 되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태아 때 들은 모차르트 음악과 유아 때 읽거나 본 백설공주 동화와 앙상블을 이룬다. 이렇듯 은연중에 심은 서양식, 아니 영어식 사유로 인해 한국인은 문화적 차이를 안팎 모두에서 느끼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세계화는 세대 간의 차이를 가속화 했다. 이런 세대 차이를 줄이려면 우리의 한글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공존을 위해 균형 있는 문화 인식과 상호 문화적 대화가 절실하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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