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생리대 광고로 보는 생리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생리대 광고로 보는 생리

  • 승인 2021-10-31 13:06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유혜인 /대학생(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생리(生理)'

세계 인류의 절반이 생의 반 이상, 수십 년간 생리한다. 그런데도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지속 되어 왔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리대 광고에서도 생리 자체를 표현하기 꺼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리대 가격거품과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생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탐폰(생리대)을 살 때 무려 19%의 세금이 부과됐다. 캐비어나 송로버섯, 책과 유화작품에는 7%밖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생리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엄청나다. 왜 이런 세금이 측정되었는지 살펴보면, 1963년 독일 의회에서 세법을 측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다. 당시 그들은 여성의 생리대를 사치품으로 보았고, 그에 해당하는 19%라는 세금을 부과한 것.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이 세금이 2019년까지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런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한 생리대 스타트업 회사는 정부에 진정서를 내려고 1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고,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책에 부록으로 탐폰을 넣어 파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탐폰 북'이다. 이는 15만 명의 국민청원을 끌어내며 독일 의회에 세금폐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월경은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또 다른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결국, 무려 50년 넘게 이어져 오던 19%의 세금을 7%로 낮추는 데 성공하며, 2019년 칸 광고제 PR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탐폰 북' 광고는 많은 사람의 인식개선과 사회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해답을 준 광고다.

전 세계 78%의 여성이 생리를 다른 말로 돌려 표현하며, 그 표현은 약 5000여 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그 날'. '마법'이라고 하는가 하면 '딸기 주간'이나 '꼬마 여자애가 내 안에' 혹은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라고도 한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국내에 생리를 '생리'라고 한 광고가 나왔고,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생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물론 파란 피가 아닌 빨간 피, 생리 중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상황이 등장하는 광고도 나왔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긍정적인 것도 있었지만 카페나 지식인에는 혐오감을 드러내며 "당장 광고 내리게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자라나는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에게 노출시켜야 하냐"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생리대 브랜드가 생리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스브스가 선정한 예전 생리대 광고 3대 원칙('그 날', '하얀색의 깨끗하고 상큼한 느낌', 'SF 같은 파란 액체')에서 많이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생리대는 피임약과 더불어 상품으로 보편화 되면서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 생리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자라나는 소녀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이해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인식하거나 생리가 놀림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먼저 마련된다면 관련 용품들의 발전과 여성들의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이 월경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유해인 / 대학생(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5년 방치 공간의 변신…김해 수안마을 수국축제 열린다
  2. 국세청, "국세 징수 넘어 통합 재정수입 기관" 도약
  3. [대전의 숨은 이야기] 대전에서 연시은 따라잡기! '약한영웅 Class 2' 성지순례
  4. 반도체 생산 고순도 중수소암모니아 국산화 기술 개발
  5. 대전 초등생 피살사건 유족 손배소 일부 승소…명재완·대전시 공동배상
  1. 대전·세종 교권보호위원회 평교사위원 '0'명
  2. "망상 등 청소년 조기정신증, 조기 개입 효과 뚜렷"
  3. 이태호부터 황인범까지 대전 출신의 월드컵 영웅들
  4. [한화에어로 참사] 화약 찌꺼기 제거 중 폭발 가능성에 경찰 "확인 필요"
  5.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기업 생태계가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중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본과 인재, 투자 등의 벤처 생태계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별 잠재력을 고려한 균형성장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지역 벤처기업 현황 및 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집계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11.5%)과 충청권(10.7%)이 평균을 웃돌았으며, 이 외의 비수도권 지역은 6~9%에 머물렀다. 특히..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대전 출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후반 연속골로 체코에 역전승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후반 22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도움에 이은 황인범의 동점 골,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 골로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황인범은 오현규의 골을 돕기도..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시행을 앞두고 충청권 의대 입시의 무게중심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 충북대를 제외한 충청권 6개 의대가 지역의사제 모집 인원을 전원 수시에서 선발하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1일 교육계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해당 권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2027학년도 대입부터 처음 도입된다. 충청권에서는 충북대 39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대 27명, 순천향대 18명, 단국대 천안캠퍼스 15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7명,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