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마당] 변호사시험 없이 소송대리권 'NO'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마당] 변호사시험 없이 소송대리권 'NO'

임지혜 변호사(법무법인 씨앤아이)

  • 승인 2022-06-07 16:18
  • 신문게재 2022-06-08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20602_171017476
임지혜 변호사
변리사에게 특허·상표·디자인 관련 민사소송 영역에서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5월 12일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같은 개정안의 논리를 살펴보면, 특허침해소송은 특허침해 여부 판단이 핵심이고, 판단을 위해서는 첨단기술, 지식재산 관련법 및 실무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어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에 관한 지식과 '특허침해소송'이라는 법률기술은 전혀 별개이다. 특허에 관한 지식과 전문성은 단순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수월함을 줄 뿐, '법률적 판단'을 위한 법률지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건설공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여 건설관련 감정인이 건설분야소송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으며, 의료분야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여 의사가 의료분쟁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고, 기업인수합병에 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여 기업인이 기업소송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다. 이들은 어디까지 법관이 법적판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현상이나 사실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미 벌어진 현상은 돌이키거나 바꾸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현상에 대한 '법률적 판단'인 것이다.

판결을 받는 순간 소송당사자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자격증을 갖춘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정안은 마치 소송대리권한을 넓힘으로써 국민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를 넓혀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법률가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이 국민의 권리를 넓혀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할 수 있도록 해놓고 국민의 권리를 넓혀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자격이 검증된 사람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 등록한 사람 중에서 이공계학위를 가진 변호사가 추가로 특허 관련 법리에 대한 시험을 거쳐서 비로소 특허변호사가 되는데, 이들을 일컬어 patent attorney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변호사시험을 거치지 않은 특허변호사에게도 patent attorney라고 명칭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한국의 patent attorney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리사법 개정안은, 미국에서는 patent attorney가 소송대리도 하고 있으니 한국의 patent attorney에게도 동일한 자격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이해하지 못할 논리를 근거로 삼고 있다.

로스쿨에는 이미 변리사, 경찰, 회계사,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학하여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률가로서의 자격을 검증받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야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도 않은 채 소송대리권한을 허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변리사법 개정안이 소송수행 당사자인 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충분하게 청취하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를 없애고 국민신뢰를 얻기 위하여 수임제한제도를 두는 등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청에서는 10년 이상 근무한 5급 공무원은 1차 시험 전부와 2차 시험 일부과목을 면제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변리사법 개정안은 결국 전관을 배출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송대리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된 자격이다. 이러한 검증이 없으면 국민권익은 결코 온전하게 지켜질 수 없다. 변호사시험 없이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평정수장 주변 용출수 수돗물 영향 확인… 4곳 모두 소독부산물 나왔다
  2. 학비노조 투쟁 예고에 대전 학교 급식 현장 긴장
  3. 대전 내일 올해 첫 30도… 당분간 초여름 더위 이어진다
  4.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4명, 14일 후보자 등록 계획… 단일화 가능성 유지
  5. 월평정수장 유출현상 어디서 얼마나 파악될까… 배수지·정수 유출분 점검대상
  1. 대전교육감 선거 본격 정책 국면 돌입… 정책 연대, 외연 확장
  2. 월평정수장 유출에 긴급 안전점검 돌입…5년단위 정밀진단도 앞당길듯
  3. 배재대 국제처, 외국인 유학생 정주 여건 개선 공로 표창
  4. [목요광장] 급할수록 여유있게 운전하자
  5. "기름때 작업복도 안전관리 대상"… 산단기업 인식 전환 과제

헤드라인 뉴스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차분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악성민원이나 불합리한 제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벅찬 교사들에게 더 이상 스승의 날은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끼는 날이 아니다. 중도일보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교사 절반가량이 교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교권침해를 경험했다. 명예퇴직을 고려하거나 당장 퇴직하고 싶은 교사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대전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의 협조를 통해 5..

코스피 8000선 턱밑…알테오젠, 코스닥 시총 1위 재탈환
코스피 8000선 턱밑…알테오젠, 코스닥 시총 1위 재탈환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8000선 턱밑까지 다가섰다. 이와 함께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전 소재 바이오기업 알테오젠 이 8%대 급등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2·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7.40포인트(1.75%) 올라 장 마감 기준 사상 최고치인 7981.41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7991.04까지 오르며 8000선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이달 6일 약 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 대전시장 후보 등록하는 허태정, 이장우, 강희린 대전시장 후보 등록하는 허태정, 이장우, 강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