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기자 이정두, 발차기 5단 발로 취재하기 9단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기자 이정두, 발차기 5단 발로 취재하기 9단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2-08-15 09:0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오디세이 1막. (아니라니까). 그 사람 케이비이에스(KBS) 사장을 했겠지? 아니. 그럼 그 사람 대전총국장을 했겠지? 아니. 그럼 그 사람 보도본부장은 했겠지? 아니. 그럼 그 사람 보도국장은 했겠지? 아니. 그럼 그 사람 정치부장은 했겠네? 아니라니까. 그럼 그 사람 평기자였어? 그렇다니까. 그럼 그 사람 일 이년 기자 하다가 금방 퇴직했겠네? 아니. 그 사람 어디 멀리 쫓겨가서 있는 둥 없는 둥 지내다가 퇴직한 것 아냐? 아니라니까. 그 사람의 이름은 기자 이정두. 22년 동안 현장의 평기자로 취재하고 보도했다. 2000년 6월 28일 충남도청 본관을 화면 배경으로 충남도청에서 케이비이에스 뉴-우스 이정둡니다. 그렇게 마지막 리포트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자 이정두는 KBS 대전방송총국이 마련한 식장에 섰다. 정년퇴임식 12시간 전까지 이정두는 발로 뛰어다닌 현장의 기자였다.

오디세이 2막. (아니라니까). 그 사람 시키면 시킨 대로 일을 했겠네? 아니. 어떤 사장이 와도 그냥 좋다고 했겠네? 아니. 노조 같은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겠네? 아니. 그 사람 오마이뉴스 대전·충청 지사장이라면서, 심규상 기자가 반대했겠네? 아니. 그럼 심규상 기자가 그 사람 온다고 먼저 사표를 냈겠네? 아니라니까. 기자 이정두는 1989년 KBS 대전방송총국 제2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100% 투표율에 지지율은 83%였다. 전국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경이로운 기록이라고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도라고 몰았던 청와대 대변인이 KBS 사장으로 부임했다. 노조는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십 여일 가까운 방송민주화투쟁을 했다. 기자 이정두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방송민주화투쟁을 이끌었다. 기소 중지자로 전국에 수배됐다.



그에게 노조위원장과 방송민주화투쟁은 터닝 포인트였다. 기자 이정두는 정의감과 오기로 기자가 됐던 초심을 되새겼다. 사명감을 지키며 살자는 다짐을 또 했다. 22년간 현장의 평기자로만 일했던 기자 이정두는 감투를 썼다. 오마이뉴스 대전·충청지사장. 누구는 만석지기 부잣집 아들 '꼴보수'와 꿋꿋한 외길 '급진보'가 함께 일한다는 것이 가당한 것이냐며 혀를 찬다. 괜한 오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것이 이정두의 믿음이다. 이십 년 전부터 산내 골령골 민간인 대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려 온 한국의 대기자 심규상은 기자 이정두와 찰떡궁합이다. 이정두는 젊은 심규상에게 배우고, 심규상은 이정두가 후배 언론인들의 강한 버팀목이라며 존경한다. 서로가 하는 말이다. 심규상이 말하길, 기자 이정두는 생활 진보다. 언론인에게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언론인으로서 신념과 관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정두는 1941년 밀양에서 태어났다. 외가와 친가가 만석꾼이었다. 공부를 잘했다. 밀양중학교에 합격했다. 같은 중학에 다니는 읍내 부잣집 외동아들이 자주 주먹질을 했다. 여러 번 참다가 급기야 이정두는 '남천강 다리 아래서 한 번 붙자'고 제안했다. 외동아들이 주먹패 여럿을 달고 나왔다. 1대 20이었다. 먼저 신사답게 악수를 하고 삼십 분간 붙었는데 승패가 안 났다. 서로 잘 지내보자고 싸움을 끝냈다.



이정두는 태권도와 유도와 권투를 배웠다. 태권도 공인 5단이었다. 대학 졸업 후 태권도를 계속하다가 방송사 기자가 됐다. 두 발로 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기자로서 사명감과 정의감도 컸다. 취재 현장에서 22년, 취재 배후에서 20년, 기자 이정두는 사십여 년을 발로 취재했다. 공인할 수 있다면 '발로 취재 9단'은 능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목요언론인클럽의 부흥과 이달의 기자상 시상도 그의 힘을 크게 입었다. 분명한 것 하나 더. 기자 이정두를 만든 바람의 8할은 그의 아내 김혜경 여사의 강직과 사람 대하는 넉넉함이다.

<이정두의 일기장을 엿보다>를 읽었다. 후배들은 기자 이정두가 후배 언론인들을 격려해 준 덕분에 내면의 근육을 키웠다고 책에 썼다. 기자 이정두가 후배들과 토론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의견이 다를 때도 후배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주는 선배라고 책의 에필로그에 적었다. ‘남의 말을 들을 때는 제로상태에서 들어야 한다’는 대학 은사의 말씀을 기자 이정두는 아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색깔과 편견 없이 취재원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그 전에 발로 찾아갈 것. 기자 이정두가 평기자로 평생 실천하려던 덕목이었다. 거목은 발로 취재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4.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