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범죄자를 미리 단죄했더라면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 범죄자를 미리 단죄했더라면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학생 유혜인

  • 승인 2022-09-30 14:12
  • 수정 2022-09-30 14:14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유혜인 학생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예측해 무고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맥락에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다루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가해자의 흉기에 피살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은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있었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잔혹해지는(피해자가 여성인) 스토킹 범죄를 두고 어떤 이들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범인이 여성을 '혐오'해서 죽이지 않았으니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좋아해서 쫓아다닌 거니 살인죄로 처벌받아도 그게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상식을 벗어난 반응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왜 안 만나줘?"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가 왜 자신에게 순응하지 않냐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벌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번 사건이 '보복살인'인가?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가 보복했다고 하기에는 피해 여성의 책임은 없다.

서울시 이상훈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뒤늦게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정작 해당 발언이야말로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여성을 벌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다.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발의됐으나 22년이 지나 지난해 9월에야 시행됐다.

스토킹을 개인 간의 사랑싸움 정도로 여겨온 사회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니면 범죄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암묵적 동의였나.

현행법은 피해자가 직접 처벌을 원해야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2차 가해가 무서워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2차 가해를 저지를 수도 있다.

전모 씨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두 차례나 기소됐다.

첫 고소 땐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 전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두 번째 고소 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미리 범죄자를 찾아 단죄할 수 없다.

다만 더 큰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다.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것뿐 아니라 피해자 신변 보호에 더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느끼는 위협의 강도와 차별적 경험에 대한 이해가 포함돼야 한다.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으니 됐겠지, 정도가 아닌 피해자의 경험을 고려해 더 구체적인 사법부의 해석도 중요한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둔산 상권 촉각…백화점 유지 변수
  2. 당진푸르지오3차 입주민, 투기꾼 탓에 추가 분담금 위기 맞자 '어깨띠' 매고 거리로
  3.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4. 행정수도 온통대전 충청 밥상머리 민심 관통 전망
  5. 최재근 일자리진흥원장과 전용석 대전신보재단 이사장 각각 임명
  1. 대전시 지역 첫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AX 클러스터' 시정동력 탄력
  2. 허태정 "트램 흔들림 없이 추진" 정상 추진의지 밝혀
  3. 중부권 최대 민속놀이 대축제…제36회 충남도지사배 민속대제전 성료
  4. 석 달 파행 끝낼까…대덕구의회 21일 의장단 선출
  5. 충남 천안·아산 7개 산업단지,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 지정

헤드라인 뉴스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늘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2025년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지 1년 4개월 여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50조 원을 목전에 둔 대전 예금은행 저축성예금 수신 잔액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를 3% 중반까지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 같은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올린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4%에서 3.5%로 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지자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산·바이오·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력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권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전망과 무탄소 전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전력 공급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이 AI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집중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전력공급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