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9강 남가일몽(南柯一夢)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9강 남가일몽(南柯一夢)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2-29 10:5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49강:南柯一夢(남가일몽) : 남쪽으로 뻗은 나뭇가지 아래 한바탕의 꿈

글 자 : 南(남녘 남) 柯(나뭇가지 가) 一(하나 일) 夢(꿈 몽)

출 처 : 당(唐)나라 이공좌(李公佐)의 전기소설(傳奇小說)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

비 유 : 명예(名譽) 또는 한 때의 부귀영화가 모두 한 번의 꿈과 같이 허무하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감에 자기의 부귀영화나 명성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없는 욕심에 묻혀 자기능력과 재주를 다하고도 더 욕심이 나서 재산, 영화(榮華), 명예(名譽) 심지어는 이성(異性)에까지 욕심을 내며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당(唐)나라 때 순우분(淳于?)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술을 좋아하고 작은 예절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어느 생일날, 홰나무 아래서 술자리를 차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대취해 쓰러지자 친구들이 그를 집에 들여다 행랑에 눕혀 놓았다.

그런데 보라색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오더니 괴안국(槐安國) 왕의 명을 받들어 모시러 왔다고 말했다. 순우분은 사자들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홰나무 아래의 큰 굴속으로 들어갔다. 굴속에 들어가니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수십 리를 가자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번화한 성읍이 나타났는데, '대괴안국(大槐安國)'이라는 금색 현판이 걸려 있었고, 승상이 나와 영접을 했다. 순우분은 왕궁에 들어가 왕을 알현하고 그 자리에서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었으며, 남가군(南柯郡) 태수로 임명되었다.

순우분은 남가군에 부임하여 30여 년 동안 다스리며 위로는 왕의 총애를 받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으며, 5남 2녀를 두고 행복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단라국(檀羅國)이 쳐들어왔다. 순우분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적을 맞아 싸웠지만 연전연패하고 말았고, 공주도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는 낙담하여 관직을 사직하고 도성으로 왔는데, 그의 명성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세력이 날로 커지자 괴안국 왕은 불안을 느끼고 순우분에게 말했다.

"그대는 집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니 잠시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 어떤가? 자손들이 여기에 남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3년 후에 그대를 맞이해 오겠네."

순우분이 왕에게 물었다.

"저희 집은 여기인데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자네는 원래 인간 세계의 사람으로 집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네"하며 두 명의 보라색 옷을 입은 사자로 하여금 순우분을 배웅케 했다.

순우분은 동굴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기가 행랑에서 자고 있었던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일어나 보니 하인은 정원을 쓸고 있었고, 친구들은 옆에서 발을 씻고 있었다.

순우분이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모두 기이하게 여겨 홰나무 아래를 파 보니 커다란 개미굴이 하나 있었는데, 개미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커다란 개미 두 마리가 있었다. 여기가 괴안국의 서울이며, 커다란 개미 두 마리는 국왕 부부였다. 또 하나의 구멍이 남쪽 가지 쪽으로 뚫려 있어 파 들어가니, 남쪽 가지 사십 척쯤 거리에 개미 떼가 또 있었다. 여기가 순우분이 다스리던 남가군(南柯郡)이었다.

순우분은 구멍을 원래대로 고쳐 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 가 보니 밤에 내린 비로 개미굴은 허물어지고 개미도 없어졌다. 그는 남가(南柯)의 헛됨을 느끼고 인생의 인내를 깨닫고 도문(道門)에 귀의하여 주색(酒色)을 끊었다.

3년 후 47세의 나이로 집에서 생을 마쳤는데, 그해가 바로 괴안국 왕이 약속한 3년의 기한이 되는 해였다.

인생(人生)은 이 세상에 잠간 왔다가 사라지는 순간적인 존재이다.

人生如白駒過隙,(인생여백구과극,/ 인생은 문틈사이로 백마가 지나가는 것과 같다.)

천하를 송두리째 자기의 영원한 소유물로 생각했던 진시황도, 유럽을 석권하고 아시아지역 일부까지 진출했던 알랙산더 대왕도 32세에 일찍 죽고 말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헌데 요즈음은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일전에 모 노(老) 정객(政客)이 20년의 권력유지를 언급했다가 실성한 늙은이의 취급을 받았다.

금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자기 욕심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상대를 비방하고 자화자찬하는 위정자 분들, 제발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반성하고, 잘 한 정책은 희망과 내일의 비전으로 삼아 새로이 도약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제 한해가 다 가도록 싸움만하는 위정자 분들께서는 권력, 명예, 부귀 등은 때가 지나가면 모두가 허망한 꿈인 것임을 알았으면…….

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더라도 즐거움 또한 그 가운데에 있으니, 의(義)롭지 못하고서 부(富)하고 또 귀(貴)함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공자님의 영원진리(永遠眞理)의 말씀이다(論語 述而篇).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4.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