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킬러 문항' 유감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킬러 문항' 유감

계획된 망발

  • 승인 2023-06-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시가 화제다. 킬러 문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초고난도 문항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자 소위 일타강사의 이를 비판한 발언에 학부모들의 반응이 차갑다.

일타강사(一star講師)는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따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입 수능 문제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일타강사가 속출하였으며 또한 자그마치 1년에 100억 이상이나 버는 현상까지 빚어진 것일까.

이것 하나만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교육에 커다란 맹점이 있(었)음을 쉬이 발견하게 된다. 상식이겠지만 학생이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것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내재하고 있다.



과거의 통속적 출산 개념은 '아이는 낳으면 알아서 자란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마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아이를 낳는 순간 육아와 교육이라는 이중의 올무가 부모에게 던져진다.

그 올무는 안 받을 수도, 벗어나려고 해도 벗겨낼 수 없는 어떤 운명의 사슬로 작용한다. 물론 부모의 재력과 자녀에 대한 교육적 투자가 가능하고 넉넉하다면 걱정할 게 없다.

그런 부류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아이를 벌써부터 의대반으로 보내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이고 있으니까. 문제는 중산층 이하와 서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물가고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여기에 설상가상 가파른 학원비, 즉 사교육비의 부담과 가중은 출산율 저하를 더욱 부추기는 기저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0명대인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더욱 문제는 이 화급한 문제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시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를 비판한 이른바 일타강사의 경거망동은 오늘날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이며 또한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인 양 팽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그들의 일부는 연 수입이 200억 원대 이상이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를 자랑하고, 억대 시계까지 차고 수업하는 모습들을 거리낌 없이 과시하는 등 도를 넘는 사치 행각이라는 점이다.

이런 모습에서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세계의 교육 선진국은 대입 시험에서 대부분 사고력과 창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서술형 문제를 낸다고 한다. 학교에서 충실하게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여건과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대입 관련 시험이 객관식 상대평가(相對評價)이며 '킬러 문항'으로 일관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일타강사의 정부 교육정책 비웃음과 오만무례(傲慢無禮)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게 틀림없다. 오만무례는 복고여산(腹高如山), 배가 산처럼 높다는 뜻으로, 부자의 거만스러운 모습을 이르는 말)과 동격이다.

모 일타강사의 비판은 지금처럼 '킬러 문항'이 존속되어야 자신들의 수입에 변동이 없을 거라는 주장을 은연중에 드러낸 후안무치한, 그러나 계획된 망발(妄發)이었다고 보였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