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내 안의 가치를 빛내기 위한 방법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내 안의 가치를 빛내기 위한 방법

홍연재 내포유치원 교사 홍연재

  • 승인 2023-09-14 16:26
  • 신문게재 2023-09-15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내포유치원 홍연재(사진)
홍연재 교사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해당 속담은 '부지런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라고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 속담은 나의 교직생활의 중심이 되어 안온한 현실에 무던해지기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한 교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도록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나는 유아기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해진 교과목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기반으로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갈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기에 더욱이 발전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끼'는 나를 고루하고 좋은 교사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유해한 요소라 여기며 축축하고 눅눅한 이끼가 내 안에 발 디딜 틈이 없도록 바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그 당시 나는 현실적인 여러 요인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실천하지 못했고, 이를 무한 반복하며 나에겐 올 것 같지 않던 매너리즘을 겪게 됐다. 한 번 슬럼프에 빠지고 나니 그동안 쉽게 했던 모든 일이 버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정신적인 방전' 상태였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였다. 필요가 아닌 의무감에 의해 움직이고 목표의식 없이 살았으니. 마치 탈선한 열차처럼 나는 그렇게 길과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비탈길로 조금씩 추락하고 있었다.

최근 연달아 들려오는 교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희생하신 선생님들의 노고와 슬픔에 애도의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고, 같은 교직에 있기에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라서 감수해야 했던 일들, '교사'이기 때문에 해야만 했던 일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선생님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이끼'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 교사는 나름의 열정을 갖고 교직에 임하고 있을 텐데 과연 쉬지 않고 구르는 것만이 앞으로 남은 교직 생활에 도움이 되는 걸까? 이끼가 생기지 않는 것만이 행복한 교사가 되는 방법일까? 우리가 혹은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흥미 있는 댓글을 발견했다. 유명 영어강사가 특정 어학서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 하며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의 어원을 설명한 내용의 댓글이었다. 글에 따르면 원어인 "A rolling stone has no moss"에서 moss(이끼)는 사실 긍정적인 요소이며, 이끼는 성취, 재물, 연륜이므로 오히려 이끼가 생기도록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우물만 파라는 말과 일맥상통하지만, 한국에서는 '나태함'을 채찍질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글은 읽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지며 그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었던 강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비단 교직생활에만 해당하는 강박관념은 아니었다. 서점의 수많은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들은 노력하지 않는 자들을 알게 모르게 질타하고 있는 듯했고 노력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에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박일관의 학교혁신 2.0에서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도 학교의 존재 이유도 교권의 존재 근거도 모두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이어야 하고, 이를 위한 출발점에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의 근본에 대해 너무나도 잘 설명해준 글이다. 여기에 나의 의견을 덧붙이자면 아이들에 대한 존중은 교사에 대한 존중 없이는 선행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교사를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가 자신을 잘 알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외부에서 다양한 가치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의 가치를 존중해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끼'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모든 가치에는 하나의 의미만 부여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교사가, 나의 동료들이 외부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빛낼 수 있는 행복한 교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홍연재 내포유치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4.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5.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