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최고의 마인드스포츠, 바둑 이야기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최고의 마인드스포츠, 바둑 이야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승인 2023-10-19 09:51
  • 신문게재 2023-10-20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세상보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지난주 종료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년 만에 바둑이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바둑 팬들의 성원 속에 경기가 진행되었다. 바둑은 명확한 규칙 아래에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보드게임으로, 신체보다는 정신적 특성이 승부에 영향을 주는 마인드스포츠 영역에 속한다. 남자 단체팀은 월등한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단체팀은 예선 1위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결승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신진서 9단이 동메달을 추가하였다.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처음 등장했던 2010년에는 이 종목에 걸린 금메달 3개를 한국이 모두 가져왔기에 조금은 아쉬운 결과였다.

현대 바둑에서 가장 큰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체스는 이미 1997년 인공지능 딥블루가 인간을 넘어섰지만,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아 컴퓨터가 모든 경우를 탐색하는 것은 어렵다고 여겨왔다. 알파고는 빅데이터 딥러닝을 통해 신경망 알고리듬을 만들어 경우의 수 가운데 비교적 확률이 높은 수를 추린 후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찾는 방법으로 난제를 해결했다. 알파고는 바둑 규칙과 일반 이론, 축적된 기본 데이터로 초기 알고리듬을 만든 후, 스스로 대국을 통해 수정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태어났다. 이후 버전인 알파고 제로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배제하고 기본적인 바둑 규칙만 입력된 상태에서 학습을 통해 스스로 알고리듬을 만들게 했다. 즉, 알파고는 인간에 의해 축적된 지식이라는 일종의 선입관이 탑재된 반면, 알파고 제로는 그런 선입관 없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인공지능 간 대결은 알파고 제로의 완승이었다. 단순한 규칙에서 시작한 알파고 제로의 알고리듬이 더 정답에 가까운 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오랜 기간 인간이 쌓아 올린 지식과 정보를 능가하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후 영역을 더 확장하여 순수한 규칙만 입력받은 후 바둑, 체스, 장기 등 세 가지 게임을 단 한 가지 알고리듬으로 숙달한 '알파 제로', 규칙 입력조차 없이 신경망 강화학습만으로 바둑, 체스, 장기와 비디오 게임까지 완벽하게 익힌 인공지능 '뮤제로'까지 등장했다. 알파고는 공식적으로 은퇴, 아니 해체되었지만, 딥러닝 학습 방법을 탑재한 다른 인공지능들이 연이어 등장하였다. 오늘날 상위권 인공지능들은 초일류 프로기사들의 기력을 이미 넘어섰고, 이제는 맞대결이 불가능 해 4점 놓아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바둑의 종말이 왔다는 비관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은 진취적인 프로기사들에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전과 달리 이제 바둑 기량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다른 스포츠 종목과 유사한 정도가 되었다. 인공지능을 스파링 상대 혹은 유능한 코치로 삼아 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여 최고 수준의 기량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바둑계에서 인공지능이 활성화된 후 기사들의 기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취미로 바둑을 즐기는 동호인 입장으로도 '거의' 정답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은 좋은 선생님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점차 바둑을 즐기는 인구가 줄어가는 현실 타개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바둑에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있고,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과정이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유연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고도의 두뇌 훈련이다. 매 순간 상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전체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지며, 이는 전반적인 학습 능력을 높인다. 바둑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에 최적화된 마인드스포츠이다. 다른 측면으로는,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는 능력, 복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 등이 바둑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데, 이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한 평생의 자산이 된다. 끝으로, 바둑을 두는 것은 두뇌 활동을 자극하고 활성화해 의학적으로 노년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