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이 만난 사람]송전 한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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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이 만난 사람]송전 한남대 명예교수

2023 한빛대상 문화예술부문 수상
독일문학 전공자로서 이론과 실제 연결해온 연극 현장 활동가
지역 연극인들의 환경 개선 위한 연구 진행, 지역 문화발전 기여 공로

  • 승인 2023-10-22 22:17
  • 신문게재 2023-10-23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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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 한남대 명예교수가 한화그룹(회장 김승연)과 대전문화방송(대표 김환균)이 함께하는 '2023 한빛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대전MBC 창사 59주년을 기념해 10월 20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대전MBC 공개홀에서 개최된 2023 한빛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2023 한빛대상 문화예술부문 상을 받았다.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송전 한남대 명예교수(70)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인 연극과 희곡 등을 다수 연출하고, 지역 연극인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이에 송전 명예교수를 만나 70 평생 학문과 연극을 위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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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님, 영예로운 한빛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이 어떠신지요.

▲연극계에 배고픈 분들이 많습니다.제가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연극인들이 정말 배가 고프지요. 더군다나 연극인 유치벽 씨와 한선덕 씨는 지금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라 더욱 마음이 아파서 제가 받은 상금 일부는 연극인 동료들을 도울 생각입니다. 숨어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제가 대학교수라고 필요 이상으로 부각이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연극이 정신적 부를 창출하는 예술 행위라고는 하나 참으로 배고픈 직업입니다. 제가 연극뿐만이 아니라 교수로서 학문활동을 하면서 제도적인 틀 안에서 한 일들이 있고 각종 축제 때 평가하는 입장에서 교수로서 해온 활동들을 많이 인정해주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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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이번에 한빛대상을 받으시게 된 공적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독일 문학 전공자로서 이론과 실제를 연결하는 연극 현장 활동을 인정해주셨는데요. 독일문학에서 희곡을 전공한 학문 활동과 병행해 낙후한 대전연극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 문화발전에 힘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쌓은 연극에 대한 이론과 지역 연극 현장 활동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왔는데요. 한국 연극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 문화의 이해에 매우 긴요한 ‘레씽’의 희곡 <에밀리아 갈로티>(1987)라는 희곡을 직접 번역하고 연출해 지역 연극 현장 작업을 본격화했습니다. 희곡에 대한 연구서가 많지 않던 그때 독일 희곡 이론서인 <드라마분석론>(아스무트 저, 1990)을 번역 출간했고, 현대 독일을 대표하며 19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희곡에 대한 이론서 <G.하우프트만의 사회극 연구>(1991)를 출간했습니다.

저는 희곡이론가로서 희곡 번역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의 희곡화나 각색 작업도 해왔는데요.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청준의 <예언자> 각색 공연(2000), 독일 극작가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을 재창작한 <어느 혁명가의 죽음 공연>, 김태수의 희곡 <옥수동에 가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의 음악극 각색 <옥수동 연가> 공연(2003), 도완석의 희곡 <위대한 여인 마리 퀴리>의 뮤지컬 각색 공연(2021, 2022, 2023) 등이 그 성과입니다.

제5공화국 엄중한 시기에 유럽 파시즘 시대 시민의 저항의식을 고취하는 브레히트의 <카라 부인의 무기>(1990)를 공연해 당대 현실에 대해 연극을 통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때 저는 소극장 문화가 거의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 한남대 정문 앞에 소극장 <까치골> 개관을 주도해 대전 소극장 운동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런 열정은 나중에 대전연극협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대전시와 협력해 지금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 소극장 구역을 태동하게 했습니다.

저는 유럽 신화에 대한 연구로 <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2018)과 <게르만 신화 연구 1,2>(2017)를 출간했는데, 이 연구는 그리스 디오니소스 신화를 한국적 맥락에서 창작한 <목련나무 밑의 디오니소스>(2022) 연출에 크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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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님의 공로 중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를 한국에서 초연하고 번역하고 연출하신 공로도 매우 크신 줄 압니다.

▲독일문학 전공자로서 2004년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이뤄졌던 브레히트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공연이 빛을 발했다고 보는데요. 제가 번역하고 한국 초연으로 이뤄진 뮤지컬 형태의 이 연극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한 대전예술의전당이 대전 연극인들과 힘을 합쳐 제작한 대규모 공연으로, 대전연극의 수준을 몇 단계 높인 공연이었고 과학의 도시를 표방한 대전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데 크게 성공한 과학연극이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생애를 통해 과학의 사회적 역할과 사명, 과학의 유익함과 위험의 양면성, 과학(자)의 윤리성을 부각한 이 작품은 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후에도 <갈릴레이의 생애>는 제 번역 작품을 토대로 2019년 국립극단에 의해 서울의 명동예술극장, 2023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재공연되었습니다. 저에 의한 독일 희곡의 연출, 공연은 독일의 요절한 천재 극작가 G.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을 재창작한 <어느 혁명가의 죽음>과 입센의 <유령> 번역, 연출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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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님은 과학 연극을 주도하고 계신 연극인으로도 유명하신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주실까요?

▲저의 과학 연극에 대한 관심은 연극을 통해 대전 도시 정체성을 발양하려는 소신과도 연결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2003)로 시작한 과학 연극은 과학 발전의 엄청난 전환점을 가져온 화학원소 산소의 발견과 그 연구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치열한 경쟁의식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그려낸 과학연극 <산소>(2004) 연출과 공연, 사회적 삶의 결정 요인으로서의 생물학적 유전 문제를 다룬 입센의 <유령>(2019),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낸 위대한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생애를 다룬 <위대한 동행-마리 퀴리>(2021)의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위대한 동행-마리 퀴리>는 처음에는 청소년들의 과학정신 함양을 위한 대화극으로 공연되었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중·고등학교 문화교육 차원에서 시행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 작품으로 선정돼 전국순회 공연(2021.3~10)을 했습니다. 그 후 청소년을 위한 과학 뮤지컬로 변화(2022,2023)되어 대전시 여러 중고교의 관극 레퍼토리가 되어 2년 동안 약 5000명의 학생들이 관극하는 명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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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연극의 소통 강화를 시도한 <음악극>도 창출하셨지요?

▲저는 연극의 대중화를 위해 음악극 창출에 진력해 왔는데요. 정통 대화극의 비교적 약한 소통력을 감안해 음악(노래)을 활용했습니다. 대화극을 음악극으로 바꾼 <옥수동 연가>(2003),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의 막간극을 서사적 기법의 합창으로 채워 작품을 거의 뮤지컬 수준으로 바꾼 <갈릴레오 갈릴레이>(2004), 이 작품의 작곡가(배재대 차경아 교수)와 함께 제작한 오페레타 <다라다라>(2008), 음악을 적극 활용한 재창작극 <어느 혁명가의 죽음>, 청소년들의 과학 의식과 과학자로서의 직업 정신을 형상화한 과학 뮤지컬 <위대한 동행-마리 퀴리>, 시각 장애인의 삶의 의지를 그린 음악극 <밤의 여왕>의 극작과 연출 등은 저의 열정적인 음악극 창출 의지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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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콜라보레이션(Collabiration)을 추구한 연출가이시지요?

▲저는 연극 장르에만 머물지 않고 과감히 공연예술의 ‘콜라보’를 추구했습니다.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었던 한상근 전 감독과 함께 무용극 창작에 동참해 <사랑한다는 것 일곱 가지 빛깔>(2002),<갑사 가는 길>(2003) 과 같은 무용극을 창출했습니다. 제2회 대전시민연극축전 야외극 <봄꽃으로 핀 무대, 가족사랑, 대전사랑>, 제3회 대전시민연극축전 야외극 <가족과 함께 시민과 함께>를 총연출했습니다. 또 2010 세계대백제전축제 때 <백재무왕즉위식>, <2010 세계 IAEA 핵융합에너지 컨퍼런스 패션쇼>의 대본 연출을 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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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평론가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해오신 줄 압니다.

▲저는 논문 <원초 심성의 탐구:최인훈의 희곡세계>(외국문학, 1988) 발표 이후 지역 연극 작품들에 대한 비평 작업을 통해 대전 연극 예술인들의 활동을 관객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또 그들의 창의력을 북돋우는데 노력을 기울여 지금까지 약 150편의 비평문과 리뷰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공연예술전문지 <대전예술>에 <다시 열리는 대전연극 무대-제30회 대전연극제>()2021),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전문저널인 <한국연극>에 <충남연극의 가능성과 한계-제39회 충남연극제)(2021)에 고정 칼럼니스트로 연극 리뷰를 다수 실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최근 출간된 두 권의 평론집 <무지개를 쫓는 시지프스의 시선>(2020), <연극 속의 세상 산책>(2021)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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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공연예술 경영·교육 및 평가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해오셨지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대전연극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대전예술의전당과 긴밀히 협조해 스프링 페스티벌 등 공동협력 사업을 통해 대전 연극 발전을 도모했습니다, 재임 기간에 <대전시민축전>과 <대전창작희곡 공모상>을 창설했고, 대전시 중구 대흥동 연극의 거리 조성도 대전시 당국과 협조해 추진했습니다.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 안에 <공연예술학과>를 설립해 학과 주임교수로서 재직하면서 대전 충남 지역 공연예술기관에 재직하거나 지망하는 공연 분야 인재들에게 공연예술과 관련된 여러 방면의 지식을 연마하게 하고 예술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하였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약 40명의 전문가를 배출했고, 이들 대부분이 예술공연 관련 기관에서 활동 중입니다,

저는 또 대전문화재단 이사와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위원으로 다년간 활동하면서 대전의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심의위원(연극)과 여러 공연예술제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해왔는데요. 대전에서 열렸던 1993년, 2005년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공주에서 2003년 이후 매해 열리는 <고마나루 향토연극제>, 그리고 대전연극제와 대전희곡상 심사위원(장)을 여러 차례 역임했습니다. 최근에는 대전문화재단, 대구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충남도청 등의 공연예술 관련 사업들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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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만드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요.

▲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과학의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작품이었죠. 그런 일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 <마리 퀴리>는 대본도 쓰고, 번역도 하고, 연출도 했습니다. 대전에서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과학의 도시로서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겠지요.

청소년 뮤지컬 <위대한 마리퀴리>는 과학에 대한 입장과 시선을 투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각색을 통해 원작을 많이 바꿨지요. 도완석 작을 대폭 각색했습니다. 마리 퀴리의 생애를 읽으면서 과학활동 내용이 없고 콜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과정이 빠져 있어 그걸 넣고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노랫말을 넣고 과학에 대한 생각을 넣었습니다. 연극이 갖고 있는 좋은 가치는 감성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어떤 감흥을 일으킬지, 연극이 갖는 기능인 직접적인 체험 현장 감각을 갖고 수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적은 인원들이 보긴 하지만 그게 더 인상 깊은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영화는 보다 포괄적이고 넓은 수용층이 있고 필요 이상으로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경향이 있지요. 물론 마이너리티한 소재를 다루거나 독립영화도 있긴 하지만 연극은 소외된 부분, 마음속 깊이 담겨져 있고,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피상적인 흐름이나 극렬한 개인화 현상 속에서 간접 수용하는 고독한 개인,분리된 개인으로서 적어도 한 공간에서 생각을 공유하며 관객을 수용하는 방법은 귀하고 생각보다 더 많이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감히 돌아다보지 못한 세계를 접할 수 있죠. 인생은 곧 연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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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 전공자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요?

▲제가 85년 한남대에 부임해 2019년에 정년퇴임했는데요. 연극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론적인 접근이 별로 없었습니다. 임영주 선생이 극단을 갖고 있었는데 독일 근대 희곡의 아버지이자 독일 근대 연극의 창시자인 레씽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죠.레씽은 평론가였고 목사의 아들이었습니다. 레씽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하면서 시작한 연극 인생이 40년이 됐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대전 연극에 참여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들 귀중한 친구들입니다. 이종국, 권영국, 유치벽, 한선덕, 도완석 등 대전 연극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지냈습니다. 대전은 하드웨어의 힘이 강하죠. 대전예술의전당이 생긴 덕이 큽니다. 저는 처음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가 독문과와 불문과가 합해져 유럽 어문학부가 됐고, 통계의 마법의 덫에 걸려 퇴직 당시에는 철학상담학과가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저는 독문학을 통해 연극을 시작하게 된 셈인데요. 독일 문학은 서양문학중에서도 웅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웅숭하다는 것은 웅장하고 숭고스럽다는 의미이지요. 컨텐츠가 엄청납니다. 쌓아놓은 문화컨텐츠가 치밀하고 방대하고 깊고 넓습니다. 독일 문학 한 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 분들입니다. 성격이 나타나죠. 꾸준하고, 열심히 하고, 사변적이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깊이 생각하죠.



-교수님은 어떤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내셨는지요.

▲저는 1953년에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님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공고 교장선생님을 역임하셨는데요. 아버님 학교를 따라 이동을 하다 보니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곡성에서도 살고 여수와 순천과 강진에서도 살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시절에 동경제국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하셨는데 폐병을 앓으셔서 장흥으로 돌아오셔서 초야에서 지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도 영문학을 하시려다 공대에 가셔서 일본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저는 서울대학에서 독어독문학으로 박사를 했습니다. 학사, 석사도 서울대에서 했는데 독일정부 초청 장학금 DAAD를 받고 공부를 하러 갔다가 한남대에서 연락이 와 2년 반만에 돌아왔습니다. 독일 석탄철강산업으로 유명한 우르공업지역에 정부에서 새로운 대학을 만들었는데 루르보쿰 대학입니다. 여기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귀국했지요.



-교수님, 12월에는 <예언자>를 무대에 올리신다지요?

▲고향 선배인 이청준 작가의 작품인데요. 이청준 선배는 서울대 독문과 5년 선배이기도 합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입니다. 예언자는 서울 중산층 카페인 여왕봉 카페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연극입니다. 카페 주인이 기묘한 방법으로 고객들을 휘몰아가면서 정신을 쏙 빼놓고 사업이 번창합니다. 12명이 출연하는 대작입니다. 한국문화예술인회에서 원로 연극인 지원을 받고 올리는 작품입니다. 무대, 의상, 음악, 영상, 출연료 등을 지원받게 됩니다. 12월7일, 8일, 9일 금토일 3회 공연입니다. 평일은 오후 7시반,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4시입니다. 현대는 소설의 위기 시대인데요. 소설을 독자들이 안 읽습니다. 시는 그나마 짧으니까 읽는데요. 이청준 소설은 쉽지도 않고 길지요. 연극으로 만들 수 없는 소재는 없습니다. 잘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지요. 좋은 소설을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번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빛대상 상금의 일부는 연극인 중 아픈 친구들을 돕고 일부는 연극 제작비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연극과 소설은 서로 협치해야 된다고 봅니다. 다층적인 소설을 연극이 알리는 역할도 많이 했습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하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작품이 더욱 풍성해질 수도 있습니다. 소설과 연극이 적극적으로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읽어서 상상하고 극화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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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오셨는지요.

▲대표작으로 <산소(O2)>, <갈릴레오 갈릴레이>,<유령>,청소년 뮤지컬 <마리 퀴리> 등이 있지요. 상상아트홀에서 재작년에 공연한 뮤지컬 <밤의 여왕>과 그 전에 김태수 작가가 쓴 <압구정동> 등이 있습니다. 70 평생을 돌아보니 20여 편 정도 제작해왔네요. 작품이 제 마음에 만족스럽지 못해 자책감도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는 치지만 제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가장 씁쓸합니다. 극단 앙상블의 대표인 이종국 씨는 지금 연세가 76세인데도 매우 건강하셔서 저랑 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습니다.

제 취미가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개인 발표회도 했습니다. 2017년 개인 독창회도 했지요. 한남대 567주년 기념관 서의필홀에서요. 독일가곡과 한국가곡을 불렀습니다. 제가 테너입니다. 제 어머님이 성악을 하셨지요.



-인생을 회고해보시니 어떠신지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실까요?

▲제 인생을 돌이켜보니 한남대에 교수로 부임한 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저희 학교 교수 분위기도 좋았고 자유로웠고 서로 간에 자부심도 강했고, 사학으로서 부정부패도 없었고 독단적인 것도 없었고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줬고 대우도 좋았습니다. 기독교 밑바탕에 있으니 엄청난 비방이나 비판도 없었고 연극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음에도 감사합니다.

대전시 교육청에서 아트키움 지원을 하는 것은 매우 잘하는 정책입니다. 공연성과가 있으면 지원해주는 제도인데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제도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연극인들끼리 큰 창고를 임대해 쓰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저는 밤 9시 넘어 유등천을 걷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관객들과 소통하길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hansung007@

송전교수
-송전 교수는 누구?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서울대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석사, 서울대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박사. 한남대 문과대학 독일어문학과 교수, 대전시연극협회 회장, 대전문화재단 이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부문 책임심의위원,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 원장 역임. 한국뷔히너학회 회장. 연극 <갈릴레오 갈릴레이>,<사랑의 불꽃, 산소>,<아름다운 거리>,<어느 혁명가의 죽음>, <위대한 마리 퀴리> 등이 있다.

1985년도 한남대에 부임해 2019년 퇴임할 때까지 34년 동안 독어독문학과, 유럽어문학과, 철학상담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따뜻하고 진지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강의와 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해왔고 뛰어난 연구 업적을 이룩했다. 개인 교수로서뿐만 아니라 학생처장, 인문과학연구소장, 문과대학장, 사회문화대학원장, 대학평의회장, 교수협의회장 등 대학 내 여러 중요 보직을 수행하며 대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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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법원이 의대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1심과 같이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경우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재항고할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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