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지푸라기에도 낙타 허리는 부러질 수 있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지푸라기에도 낙타 허리는 부러질 수 있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3-10-24 17:25
  • 신문게재 2023-10-2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좋은 소식보다 어려운 얘기들이 훨씬 많이 들리는 세상이다. TV 틀기가 무섭다. 자영업자들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면서 어렵던 사정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고, 이미 해묵은 난제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전쟁이 터졌다. 서양 속담에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더니 현재 상황에 딱 맞는 들어맞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 갈등의 원인을 따져 나간다면 복잡하게 얽힌 수천 년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기에 너무 어렵지만 민족 갈등과 종교 갈등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같이 종교 갈등이 없는 나라도 없지만 세계사에서 종교 갈등을 빼면 얘깃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종교가 목숨인 나라도 많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순교를 딛고 일어선 가톨릭은 세월이 흐르면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가톨릭이라는 유일 종교가 만들어낸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가톨릭은 그대로 쇠퇴했을까? 제수이트 교단을 비롯한 스스로 뼈를 깎는 스스로의 개혁을 시도하면서 다시 탄생했고, 세계 제일의 종교 중 하나로 건재하고 있다. 인도의 브라만교는 침략자인 아리안족의 종교였고, 오랜 세월 지나는 동안 형식에 치우치면서 많은 모순을 안게 된다. 이 모순을 타파하는 인도식 종교개혁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교인 것이고, 한때 인도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종교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브라만교는 그대로 쇠퇴했을까? 인도의 민간 신앙과 결합하면서 힌두교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석가모니 부처님을 힌두교의 수많은 신 중 하나로 편입시켜 버림으로써 결국 다시 주류 종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비록 인도에서는 쇠퇴했지만 불교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까지 전파되면서 발전했고, 세계 4대 종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힌두교의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스스로 위상을 높였다.

우리는 개혁을 얘기한다. 기존의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하면 그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는 가장 큰 현상이 혁명이기에, 스스로 사회적 모순을 해소하지 못하면 혁명, 혹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의 사회변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삶이 힘들어지고 세상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사회의 흐르는 방향이 양극화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워낙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로베스 피에르의 프랑스혁명이 결국 실패하였고, 우리나라의 5·16 혁명도 군사정권이 끝난 뒤부터 '쿠데타'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그 가치를 점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불안한 혁명보다는 '개혁', Innovation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모순이 커지고 문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진행되었을 때 개혁을 논하기 보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내부적 모순을 인정하고 조금씩 고쳐 나가는 '개선'이 개인적으로는 더 바람직할 것으로 믿는다. 온건한 방향의 개선을 하지 못하면 조금 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게 되고, 개혁에 실패하면 과격한 사회 격변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서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서로 조금씩 내 것을 나누어 가는 개선이 절실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임계점 1.5도가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는 경고를 듣고 있다. 그렇지만 임계점은 지구 온도에만 사용될 단어가 아니다. 개선과 개혁의 과정을 망설이면서 사회적 골든 타임은 놓친다면 우리 사회는 임계점에 다다를 것이고 그 뒤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서양 속담을 하나 더 인용하겠다. '마지막에는 지푸라기에도 낙타 허리가 부러진다(It's the last straw that breaks the camel's bac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2.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3.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4.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5.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1.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2. "천안·아산 K-POP 돔구장 건립 속도 낸다"… 충남도, 전문가 자문 회의 개최
  3. 충남도, 도정 빛낸 우수시책 12건 선정
  4.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5.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파업 장기화, 교사-전담사 갈등 골 깊어져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