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의대 정원 확대와 이공계의 진짜 위기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의대 정원 확대와 이공계의 진짜 위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승인 2023-11-30 14:06
  • 신문게재 2023-12-0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세상보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얼마 전 대입 수능이 치러졌다. 수고한 수험생들과 곁에서 애쓰셨을 주변 친지들께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이맘때면 입시를 치르던 고교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는 학력고사와 내신 점수만으로 대학 당락이 결정되었다. 당시도 의대는 인기가 좋았다. 대부분 대학에서 합격선이 제일 높았다. 유일한 예외가 서울대로 전자공학과가 가장 높았고 전산, 제어·계측, 기계공학, 물리학과 등도 의예과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필자 모교를 예로 들면, 상위권 중 절반가량은 의대 이외의 전공을 택했다. 전교 1,2등을 다투던 친구는 물리학과를 지망했고, 수학 마니아였던 친구는 당연하게도 수학과를 택했다. 전자공학과 등 공학 계열에 진학한 친구들은, 의대 입학에 충분한 성적을 얻었지만, 적성 또는 장래 희망에 따라 소신껏 전공을 택했다. 요즘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옛이야기이다. 그때로부터 강산이 세 번 바뀌며 수험생들, 아니 사회 일반의 선호가 바뀌었다. 이공계보다 의대 진학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한 게 되었다. 90년대 입시 배치표 상위 20개 학과 중 서울대를 제외한 학과는 연세대 의예과 하나였다. 그랬던 것이 2000년대부터는 의, 치, 한의대가 상위 20개 학과를 모두 차지하게 되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서울대 이공계 자퇴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 자퇴생이 2012년 120명에서 2021년에는 330명으로 증가했는데, 이 중 84.2%가 이공계 출신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자퇴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의대 진학이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과 전문의 감소 해결책이라는 명목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누군가는 그 과들을 하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필수과 기피는 힘들고 위험한 일은 피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선호하는 사회 일반의 공통된 세태 변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런 변화에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바이털(활력징후)을 다루는 필수 과는 특성상 편하기 힘들다. 그 자체로 업무가 힘들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심지어 원칙에 맞게 최선을 다해 치료하더라도 환자가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무과실 의료사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현행 의료 보험 제도 아래에서 필수과 의료 행위들은 대부분 의료 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되어 수가가 낮은 편이다. 분만이나, 맹장 수술을 예로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이 힘들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데, 수익은 별로인 과, 이것이 현재 젊은 의사들이 필수 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전체 의사 수가 늘어도 이런 요인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 전문의 수는 늘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힘든 상황을 알면서도 적성에 맞아서, 또는 사명감을 가지고, 때로는 그냥 멋져 보여서 선택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다. 마치 서울 공대 합격선이 의대보다 높았던 옛이야기처럼 말이다.

의사가 부족하다면 당연히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현재 상황이 야기된 원인을 이해하고 세태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필수과 지원에 필요한 의료비 부담 상승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송 부담 없이 소신 진료가 가능한 환경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의사 수를 늘리면 늘리는 만큼 결국은 전체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의료보험료나 본인 부담금의 상승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의대 입시를 위해 재수나 3수를 마다하지 않는 현실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그 자체로 우리나라 이공계 앞날에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우수한 인재가 가장 큰 자산인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자칫 꺼질 수도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차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2. 행정수도 품격의 세종 마라톤, ‘제1회 모두 런' 6월 13일 열린다
  3.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센터' 착공 언제?
  4.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대전'… 선거열기 고조
  5.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허태정 "이재명 정부와 원팀…지방주도 성장시대 실현”
  1. 선거 때마다 ‘청년 프렌들리’…여야 생색내기용 비판
  2. [앵커 人] 우승한 한밭대 라이즈사업단장 "학생성장 중심 개편… AI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3.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이장우 “말 아닌 성과로 증명…위대한 대전 완성 전력"
  4. [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5. 대전·충남 주말 내내 계속된 화재… 건조한 봄철 화재 주의보

헤드라인 뉴스


대전 `AI 준비도` 전국 2위…"충청권 AI 역량 거점 돼야"

대전 'AI 준비도' 전국 2위…"충청권 AI 역량 거점 돼야"

대전이 인공지능(AI) 산업 역량과 준비도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AI 산업은 향후 지역 간 성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대전의 AI 경쟁력을 충청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경제조사팀이 11일 발표한 'AI 역량과 지역 경제성장, 대전세종충남지역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역별 AI 활용 여건과 산업별 AI 영향 가능성을 각각 'AI 준비도'와 'AI 노출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대전은 비수도권 중에서 AI 준비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실습인 줄 알았는데…`, 사회복지 실습생들 `정치행사 동원` 일파만파
'실습인 줄 알았는데…', 사회복지 실습생들 '정치행사 동원' 일파만파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현장 경험을 쌓으러 나선 대학생들이 본래 취지와는 무관한 정치 행사의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일파만파 파문이 일고 있다.<본보 5월 12일자 15면 보도, 인터넷 11일 보도> 당진S대학교 사회복지 현장 실습이 당진비상행동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학생들의 학점과 자격증 취득을 인질로 잡은 '갑질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습생들은 본인들의 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대신 타의에 의해 정치인의 공약을 듣고 손을 흔들거나 피켓을 들어야 하는 '병풍' 역할을 억지로 수행해야 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불합..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퍼지며 문을 닫는 호프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술 한잔하자'라는 인사가 '밥 한 끼 하자'란 인사와 같던 이전과는 달리, 코로나 19로 모임이 줄어들고,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에 따른 음주율 하락이 곧 술집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전 호프 주점 사업자 수는 3월 기준 512곳으로, 1년 전(572곳)보다 60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3월 당시 1016곳으로 골목 주요 상권마다 밀집했던 호프 주점 수는 이듬해인 2020년 3월 888곳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