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은인의 범주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은인의 범주

  • 승인 2023-12-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1970년에 발매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5집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한국에서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졌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로 1970년 빌보드 1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 상을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발표된 지 53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노래는 가사까지 압권이다.

= "당신의 마음이 지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당신이 눈물을 흘릴 때 내가 그 눈물 닦아줄 게요 내가 당신 곁에 있어요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 친구들마저 보이지 않을 때 험한 세상 건널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다리가 되어 줄게요" =

이 풍진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달픈 건 모두가 겪는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주변에 은인(恩人)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고 해서 별반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은인의 덕과 도움을 받았다. 이를 모두 열거하자면 책으로 써도 부족하다. 하여 최근의 실례(實例)만을 간략히 기술하자면 우선, 나를 지금의 작가로 만들어주신 모 출판사의 사장님이다.

무려 440번의 도전 끝에 이뤄진 첫 출간의 감격과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이어 칼럼니스트 출발의 디딤돌을 놓아주신 모 언론사의 국장님 또한 은인의 범주(範疇)에 속한다.

나 같은 일개 무지렁이를 대학원까지 이끌어주신 모 대학의 교수님 역시 내가 잊을 수 없는 은인의 반열에 계신 분이다. 올 3월에 발간한 다섯 번째 저서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하여 출간에 큰 도움을 주신 다수의 독지가(篤志家) 또한 은인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처럼 은혜(恩惠)를 입으며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나 또한 보답(報答)이라는 각주(脚註)의 확장성을 도모하게 되었다. 20년 이상 시민기자로 활동해 오면서 수백 명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그중 반 이상은 나름 취재봉사(取材奉仕)라는 프레임(frame)의 큰 창문 마인드에 입각하여 보도 겸 '홍보'를 해 왔다. 덕분에 "고맙습니다. 홍 기자님은 제 은인입니다!"라는 가당찮은 칭찬도 많이 들었다.

작년, 어떤 자원봉사자를 취재했는데 연말에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게 되었다. 그분 역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공덕(功德)과 공적(功績)에 대한 당연한 보상을 받은 것이었거늘 구태여 나한테까지 고맙다고 하시어 크게 면구스러웠다.

그랬는데 최근에 이런 극찬을 또 받아 면구스러웠다. 슬기로운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 연구와 실천 덕분에 자랑스러운 명인에 선정된 분에 대한 나의 보도기사가 그만 그 명인의 마음을 흔들었지 싶었다. "홍 작가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명심보감>에 '원수불구근화 원친불여근린(遠水不救近火 遠親不如近隣)'이라는 말이 있다.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에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 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처럼 은인에 대한 보답과 관심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고마울수록 더 자주 만나고 더 관심을 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말(年末)이 2주 앞에 우뚝 서 있다.

새삼 '거자일이소 내자일이친'(去者日以疎, 來者日以親, 헤어져 가는 사람은 하루하루 더 멀어지고, 와서 접하는 사람은 날로 친숙해지네) 라는 말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홍경석/ 작가, 장편소설 <평행선> 저자

평행선-홍작가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