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보건의료정책 "이제 주민의 목소리를 허하라"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보건의료정책 "이제 주민의 목소리를 허하라"

김화준 원장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들레의원)

  • 승인 2024-02-06 17:00
  • 신문게재 2024-02-0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화준 원장
김화준 민들레의원 원장
필자는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로도 활동했지만 상당 기간 동안 보건의료정책 만들고, 이행하는 분야에서 일해왔다. 이런 이유로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와 어려움을 동시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보건의료정책을 누가 만드는지 간략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개 동네 병의원에서 마주치는 의료인들(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 등)이 보건의료정책을 만드는데 깊이 관여한다고 생각 하시겠지만,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일부 사실인 이유는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이 때로 의료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때문이고, 일부 사실이 아닌 이유는 청취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양한 전문가의 제안이나 자문을 받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은 국가이고, 주로 행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정책이나 프로그램들이 현장에서 속된 말로 "잘 안 굴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행정부나 연구자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 역으로 그것이 병의원에서 우리가 만나는 의료인들의 책임이냐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일차의료기관 (의원, 동네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A라는 정책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개별 일차의료기관들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해야 한다. 처한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행정부가 수립한 정책(A)을 우선 수행할 수는 없다. 또한 정책(A)을 세우는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형평성의 관점에서 수많은 개별 기관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약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행정부와 일차의료기관들이 처음부터 긴밀하게 협의해서 정책(A)을 만들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공청회나 협의체 회의를 만든다고 해도 일차의료기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할 공식 기구를 특정하기 어렵고, 있다고 해도 일차의료기관들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며, 행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도 없다.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 행정부가 주요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정책(A) 수립 과정에서 참여자의 역할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지 않는가? 잠시 생각해 보시라.

행정부, 관련 전문가, 일차의료기관만 언급했지 정작 최종이용자인시민, 주민, 좁게는 환자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럼 글을 작성하는 필자가 실수했거나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인가?

아니다. 물론 정책수립에 있어서 시민단체나 소비자연합체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회의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더구나 국가단위에서 지역단위로 내려가면 정도가 더 심해진다. 이러니 정책이 지역단위로 내려오면 속된 말로 "잘 굴러가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시민, 주민 및 환자의 이해와 요구를 우선 반영하자고 선언한다고 그것이 실현될까?

어려울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축적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왜냐면 모이는 길이나 통로가 드물기 때문이다. 둘째, 심지어 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요구가 다르고, 도시와 농촌의 그것이 다르고, 광역시와 주변 중소도시의 입장이 다를 것이다. 좀 더 축소해서 제가 거주하고, 일하고 있는 대덕구의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는 대전의 다른 구와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앞에 먼 길이 있다. 하지만 우선 해야 할 것은 너무 자명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듣는 것은 그 다음이다. 반영하는 것은 또 그 다음이다. 이제 주민들의 목소리를 허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이언스칼럼]기후변화가 바꾸는 일상, 우리가 바꿀 미래
  2. 대전교도소 메디컬센터 첫 진료개시…"교정처우 개선 우수모델 안정적 운영을"
  3. 천황봉 3D 스캔부터 계룡산성 발굴까지… 세계유산을 향한 발걸음 '활발'
  4. 재투표 앞두고 교수사회 내홍…통합 동력 확보할 수 있나
  5. 대전사랑메세나·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지역사회 나눔과 봉사 표창
  1. 역대 최대 2조 9102억 기초연구 예산… 핵심은 '지역 연구자 살리기'
  2. 대전 신규 아파트 입주에 동부권 초등학교 통학구역 재편…학생 배치 여건 고려
  3. [책으로 여는 미래] 읽는 아이에서 쓰는 아이로, 교실을 넘어 삶으로 대전동부교육지원청
  4. 대전스타트업파크 찾은 몽골·독일 대표단… 지역 기술력에 주목
  5.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살아있는 지구과학 교과서 울릉도서 '특별한 과학 탐험'

헤드라인 뉴스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상교)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8차 위원회를 열고, 과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조사중지' 결정에 머물렀던 '충청지역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한국전쟁 전후 미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공식 인정하고 29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규명되지 못하고 조사중지 상태로 남아있던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3기 위원회가 재조사해 진실규명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실규명 결정이란 법에 따라 신청 사건 조사..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과 내신 평가체계 변화로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학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국제중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진학 실적과 영어 중심 교육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중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6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7학년도 국제중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5개 국제중 가운데 경쟁률을 공개한 4개 학교의 지원자는 8998명으로 집계됐다. 474명 모집에 평균 경쟁률은 18.98대 1로, 최근 7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원자는 2021학년도 5182명에서 2025학년도 8597명까지 꾸준히..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대전 유성구의 '제17회 유성국화축제'가 형형색색의 국화로 물든 도심 속 정원과 특별한 사연을 담은 조형물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8일까지 유림공원과 유성천 일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당초 11월 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운영됐다. 특히 모든 국화조형물은 미술이나 조형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는 유성구 직원들이 도면 없이 직접 제작하고 관리하는 작품이다. 이런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한 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