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제거 수술 급한데 12시간 기다리라고요?" 전공의 사직 응급실 차질

  • 사회/교육
  • 건강/의료

"담낭제거 수술 급한데 12시간 기다리라고요?" 전공의 사직 응급실 차질

  • 승인 2024-02-20 17:41
  • 신문게재 2024-02-21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40220-의료대란 첫 날5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후 출근을 거부하면서 곳곳에서 진료 차질을 빚었다.  (사진=이성희 기자)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응급실에 왔는데, 전공의 부재로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네요."

20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날 응급실 접수부터 수술까지 의료공백이 현실이 됐다.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자신의 진료 순서가 될 때까지 4시간 남짓 기다렸지만 "응급실이 축소돼 베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경험했다.

충남대병원 응급센터에서 만난 김모(46)씨는 공주의료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들고 아버지(75)와 함께 응급센터 앞에서 1시간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치 부위에 통증이 심해 견디기 어려운 부친을 모시고 '급히 담낭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료원 측의 소견서로 충남대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려던 참이다.

이날 충남대병원 전공의 81명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의사가운을 벗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로, 교수와 전문의가 긴급 투입돼 응급센터를 가동 중이다. 응급센터는 기존 베드에서 3분의 1 축소해 비상체제로 전환한 상황으로 환자가 비교적 적은 낮에도 4시간 남짓 기다려서야 베드를 배정받고 진료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국립대병원이라서 찾아왔는데 전공의가 파업한다는 이유로 한시가 급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대책을 세워가며 싸워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반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우려하던 암센터에서도 진료는 중단이나 보류 없이 예약된 환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졌다.

전공의 122명 중에 99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건양대병원에서도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진료 지연을 미리 공지하고 양해를 구했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 진료에 교수와 전문의를 배치하고 일반진료는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에서 전공의 500여 명이 집단 사직하면서 의료기관은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 중으로 진료를 지금처럼 이어갈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여겨진다.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계속될 경우 일부 입원환자에 대한 퇴원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전공의들을 향해 "집단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 반대를 위해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오현민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2.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3.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4.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5.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1.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2.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4.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5.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