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얘들아, 너희가 봄이야, 봄! 어서들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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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얘들아, 너희가 봄이야, 봄! 어서들 오렴

김복자 대전변동중 교장

  • 승인 2024-02-22 11:36
  • 신문게재 2024-02-2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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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자 대전변동중 교장
봄이 오고 있다. 희망의 속삭임이 창가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지난 여름 교내 이곳저곳 공사로 1월 29일까지 2학기 학사운영을 한 끝이라 2월의 교정은 더없이 고요하다. '역시 학교는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재잘거림과 드높은 웃음소리가 있어야 생물(生物)이구나'라는 상념에 잠시 젖는다. 38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적잖이 학생들의 편지를 받아 보았지만, 방학을 들어가면서 학생들이 교장실 출입문에다 감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삐뚤빼뚤하게 붙여놓은 감사 카드와 포스트잇 손편지는 정말이지 가슴 찡한 감동이었다. '짧은 겨울 방학을 잘들 건강히 즐겁게 보내고 있겠지' 생각하니, 이내 녀석들이 그립다.

유별나게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 때문에 시간 맞춰 등교하라고 안내방송을 할 정도로 학교와 선생님들을 좋아했던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2023학년은 교육부를 비롯해 6개 부처의 지원을 받아 탄소중립 중점학교(더 늦기 전에, 필(必) 환(煥) 경(景))를 운영하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친환경 생태전환교육에 대해 뜨겁게 머리를 맞대었던 노력과 정성의 시간들이었다. 학년별·교과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작으로 탄소중립의 실천적 수업, 교목인 장미와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 심기, 봄처럼 화사한 미소로 맞는 등하굣길 꽃길 조성, 학급별 텃밭 가꾸기 등등의 그린스쿨 조성은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신기하고도 신나는 활동이었나 보다. 특히나 자신들이 씨앗을 뿌리거나 묘종을 심은 새싹들이 서로 뽐내듯 뾰족이 고개를 내밀 때는 "와~와~ 교장 선생님 이것 보세요"하면서 생명탄생의 경외감을 느끼는 듯했다. 방울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 생강, 상추, 쑥갓, 부추, 애플 수박, 완두콩 등 학급별 다양한 작물을 심어 놓고는 물 주러 일찍 등교했단다. 방울토마토와 고추 같은 작물들은 가지치기를 해야 더 많은 수확을 하기에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해도 녀석들은 자신들이 애지중지 키운 것들을 차마, 무조건 자를 수 없다고 우겼다. 목하(目下) 그런 녀석들이 못내 보고프다.

"교장 선생님, 2023학년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활동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본교 영자 신문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1초의 주저함도 없이, 하나하나 교육활동을 열거하면서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진심 그렇다. 지난 활동들의 아름다운 기억이 추억이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에서 보듯이, AI가 모든 디지털 산업과 디바이스에 폭넓게 적용돼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변화와 혁신 그 자체다. 학교교육도 보이게, 보이지 않게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이에 어떤 변화(혁신)와 감동으로 대전변동중학교의 새 학년도의 문(門)을 활짝 열까?



답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다. 늘 그랬듯이 '앎이 삶이 되는 교육!, 실천교육'이다. 지난해 잘 했던 여러 교육활동은 일회성,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연계교육이 되도록 하고, 교육과정평가회 때 나온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아 좀 더 발전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해 실행해야겠다. 새로운 변화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활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장차 나의 성취는 대전변동중에서 그 기반을 다졌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원 헬스(One Health)적 접근법을 모든 교육과정 기저에 깔아야겠다.

100년에 한 번 온다는 청룡의 해, 갑진년 새봄 벅찬 희망을 품어 보니, 어딘선가 희망의 속삭임이 들려 온다. 이에 2024학년도 신학년 신학기도 기쁘게 봄마중을 하련다. "얘들아, 너희가 봄이야, 봄! 어서들 오렴."
김복자 대전변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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