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일상가사채무 부담 어디까지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일상가사채무 부담 어디까지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4-03-07 17:39
  • 신문게재 2024-03-08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우리 민법에서는 부부별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부부간에 일상의 가사에 관해서 일방이 어떤 법률행위를 해서 채무가 발생된 경우에는 다른 일방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러한 일상가사 책임을 부부 일방에게 묻기 위한 소송이 상당히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배우자가 어떤 일로 돈을 빌려 썼는지도 모르고, 자신은 그 돈을 만져 보지도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한테 돈을 갚으라는 소장을 받게 되면 억울하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방 배우자 입장에서는 그 돈이라도 써보고 이런 소송을 당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과연 일상가사에 대한 채무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사건 중심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법률 규정을 보면, 민법 제832조는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과연 부부 일방이 한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법원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통상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하므로 그 내용과 범위는 그 부부공동체의 생활 구조, 정도와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사회의 사회 통념에 의하여 결정되며, 문제가 된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당해 부부의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가사처리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전차용행위도 금액, 차용목적, 실제의 지출 용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것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사례를 보면, 남편이 제3자한테 돈을 차용하여 통장에 입금되고, 남편의 통장에서 배우자의 통장으로 돈이 인출되는 내역이 있고 배우자의 통장에서 각종 카드대금이 결제되는 내역이 확인되는 사건에서 제3자 배우자인 처에게 일상가사채무를 주장하면서 대여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이 제3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배우자 통장으로 돈이 이체되는 내역이 있고, 이체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결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일상가사 채무로 볼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통장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제3자한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실질적으로는 사업 등 다른 곳에 사용하고, 다른 곳에서 들어온 돈으로 배우자 통장에 돈을 입금한 내역이 확인돼 처가 억울함을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처럼 일상가사 채무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관한 소송에서는 일방이 빌려 온 돈 그 자체가 부부 공동생활에 실제 사용된 것인지 여부가 아주 중요한 것으로 소송에서 이 점에 대해서 면밀한 주장이 필요하다.

또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 됐던 사건들을 보면, 부인이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의 분양대금을 납부하기 위해 금전을 차용해 왔고 부부가 그 아파트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금전 차용 행위는 일상가사에 해당된다고 하고 있다. 즉 이런 경우 남편이 자신의 배우자가 어디서 돈을 빌려왔는지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남편은 배우자가 빌려 온 돈에 대해서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위 사례와 달리 부인이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 건축 헌금, 가게의 인수대금, 장남의 주택임대차보증금, 공동 거주지가 아닌 주택의 인수자금을 위하여 제3자에게 돈을 차용한 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일상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부부 일방이 돈을 차용하거나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 일상가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사용처가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분 때문에 차용한 것인지, 차용된 돈 자체가 부부 공동생활에 사용된 것인지 등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를 하여 부부 일방이 억울하게 채무를 부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광역교통사업도 수도권 쏠림인가
  2. 과기계 숙원 'PBS' 드디어 폐지 수순… 연구자들 "족쇄 풀어줘 좋아"
  3. 의대생 복귀 방침에, 지역 의대도 2학기 학사운영 일정 준비
  4. 이재명 정부 첫 '시·도지사 간담회'...이전 정부와 다를까
  5.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1. '전교생 16명' 세종 연동중, 5-2생활권으로 옮긴다
  2. [대입+] 정원 감소한 의대 수시, 대응 전략은?
  3. 농식품부 '인공지능 융합 미래 식·의약 첨단바이오 포럼' 개최
  4. [춘하추동]폭염과 열대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5. [사설] 충남도, 적절한 '수해 선제 지원' 방침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3차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한 5극(5개 초광역권) 3특(3개 특별자치도) 등 국가균형발전 국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공정한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문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겠다"며 갈수록 심각해 지는 수도권 1극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계룡건설산업(주)가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전지역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는 7월 31일 전국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시공능력평가' 결과 계룡건설산업이 전년 대비 2633억 원(9.7%) 증가한 2조9753억 원으로 5년 연속 2조 원을 돌파했다. 전국 순위도 두 계단 오른 15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주)금성백조주택이 3884억 원으로 2위(전국 75위), 파인건설(주)는 2247억 원으로 3위(전국 114위), 크로스건설(주)는 1112억 원으로 4위(전국 217위), (..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대전 괴정동 전 연인 살해 사건으로 교제폭력 특별법 부재, 반의사불벌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한 달 전 피해자가 가해 남성의 폭행에도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의 안전조치 권유도 거절했으나, 그 기저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지만 관련 법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 서구 괴정동의 주택가에서 A(20대)씨가 전 연인 B(30대·여성)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