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구례 화엄사 홍매화축제에 매료되어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구례 화엄사 홍매화축제에 매료되어

김윤수/수필가

  • 승인 2024-03-17 10:2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봄빛이 따스하다.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다. sns를 뒤적이다 구례 화엄사 홍매화 축제를 한다는 글을 봤다. 나는 일을 급히 마치고 친구한테 전화를 한다. 마침, 친구도 어딘가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우리는 목적지를 구례 화엄사로 정하고 바로 떠났다. 여산 휴게소에서 숙소 검색을 해보니 마땅치가 않다. 시간도 어중간하니 오늘은 남원에 가서 춘향이도 보고, 월매 아지매 한테, 좋은 처자 있는가 물어보자며 친구가 킥킥거린다. 우린 남원으로 향했다.

그 유명한 진주 촉석루와 쌍벽을 이룬다는 광한루 주차장에 들어서자 주차비 2천 원을 요구한다. 길을 건너 안으로 들어가자 호수가 보인다. 호수에 반영된 나무와 정자. 그리고 공작 한 쌍이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노니는 게 신기하면서도 아름답다.



"안온한 곳 호수 위에/ 유유히 봄빛을 즐기며,

무언의 사랑을 주고받는/ 한 쌍의 원앙

아무 걱정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실에 만족하는 삶.

파문은, 아름다운 대화가 되고,

사랑은 파장의 여운처럼, 호수에 향기를 뿌린다."

바로 저 원앙들의 모습이 행복이란 생각을 해보며, 우리 인간의 행복한 모습은 어떤 것이고, 만족은 어디까지 인지를 잠시 생각해 본다.

아름답게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춘향관과 월매관을 끝으로 공원을 나왔다. 공원주변에 음식점이 많았다. 추어탕이 유명한 남원이지만, 명태찜을 먹으러 갔다. 깔끔한 반찬에 공짜로 주는 막걸리가 미소를 짓게 한다. 또 호텔촌이 1.2km에 있어 초행자도 관광과 숙식을 걱정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이 되어 있었다.

편히 하룻밤을 쉬고, 홍매화 축제가 시작되는 화엄사를 향해 약 35km를 달려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을 향해 올라간다. 지난 시월에 왔을 때, 홍매화 개화시기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흘러가듯이 본 뉴스에서 홍매화 축제가 있다는 소릴 듣고 깊이 생각도 않고 떠난 여행이다.

불이문을 지나자 처음으로 보이는 매화나무 주변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게 오고 간다. 그러나 매화는 아직 활짝 웃기에는 이른 시기다. 아쉬웠지만 일찍 핀 꽃 몇 카트 찍고 위로 올라간다. 절 마당에 방송국 카메라도 보이고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전통문화재 조각전도 열리고, 사진 콘테스트도 한단다. 기간은 2월 25일 ~ 3월 23일까지다.

좌측으로 올라가 천연기념물 홍매화 나무를 본다. 지난 시월 이곳에 왔을 때 특이한 나무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조선 숙종 때 원통전과 각황전의 중건 기념으로 홍매화를 심었다고 한다. 위치는 원통전과 각황전 사이에 있고, 홍매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태로 국가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한다.

대웅전 뒤로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대밭 사이로 조금 올라가자 '구층암과 차 한잔'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암자에 도착하자 큰 모과나무가 있다. 이렇게 큰 모과나무는 처음 본다. 암자의 기둥도 모과나무로 되어있다. 벽에는 아름다운 그림과 탁자 위에 산수유 꽃병이 놓여 있다. 벽면이 바탕이 되고 그림과 꽃병의 매치가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어떤 스님이 그렸는지 보고 싶었다.) 이곳은 모과나무 자생지역으로 역사가 깊다고 한다.

절 지붕에 매달린 풍경 모습이 외롭게 보이면서도 아름답다. 잡념이나 어지러운 생각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때, 회초리를 들듯이 마음에 종을 울리는 풍경소리는 슬픈 듯 외로운 듯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된다.

때론, 고즈넉한 산사에서 한 일주일만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도 싶고, 온몸을 혹사시키며 무한정 정처 없이 가고도 싶다. 이렇게 엉뚱한 생각에 잠길 때, 조금 앞에 무료 찻집 간판이 보여 들어갔다.

찻집에 들어가자 먼저 있던 분들이 나가고 봉사하는 분과 담소를 나누며 댓잎차를 마신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댓잎을 스님이 채취하여 직접 만들어 판매도 한다고 한다. 차를 마시자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이 코를 스치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간다. 많이 드셔도 좋다는 말씀에 거듭 석 잔을 주는 대로 마셨다. 역시 산사에서 마시는 차, 넉넉한 마음으로 마시는 차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마음이 차분해지며 기분이 좋다.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산사를 내려왔다. 흐렸던 날씨는 따스한 햇볕이 피부를 스치며, 부드럽게 나를 보며 웃는다. 넉넉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김윤수/수필가

72a5acf2da0588b3c601404d30c629f287b5e109
김윤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대전 신탄진역 유흥가 '아가씨 간판' 배후 있나? 업소마다 '천편일률'
  3.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4.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5.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1.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어디서든 걸을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
  2. 728조 예산전쟁 돌입…충청 與野 대표 역할론 촉각
  3.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자연과 함께 일상 속 피로 내려놓길"
  4. [오늘과내일] 대전시의회, 거수기 비판을 넘어설 마지막 기회
  5.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가을 도심 산행의 매력 흠뻑

헤드라인 뉴스


등록금은 카드 납부 되는데… 기숙사비 `현금 일시불` 여전

등록금은 카드 납부 되는데… 기숙사비 '현금 일시불' 여전

대학 기숙사비 결제 방식으로 대다수 대학이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여전히 대전권 대학들은 현금 일시불 납부만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교육부가 지난 10월 31일 공시한 '2025년 대학별 기숙사비 납부제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 기숙사 249곳 (직영·민자 등) 가운데 카드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55곳(22.1%)에 불과했다. 현금 분할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79곳(31.7%)으로 절반도 안 됐다. 계좌이체 등 현금으로 일시 납부를 해야 하는 기숙사는 149곳..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예지중고` 2026년 2월 운영 종료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예지중고' 2026년 2월 운영 종료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돼 중·고등학교 과정 6000여명을 배출한 대전예지중고가 2026년 2월 끝내 문을 닫는다. 중학교 졸업생들은 대전시립중고에서 남은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3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7월 예지중고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예지재단의 파산 선고에 따라 2026년 2월 마지막 졸업생 250여명을 끝으로 시설 운영을 종료한다. 예지재단 파산은 2024년 7월 결정됐지만 재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추가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재학생의 졸업을 기다린 시점이다. 1997년 학령인정 시설로 설립인가를..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늦가을 찬바람이 부는 11월의 첫날 쌀쌀한 날씨 속에도 캠핑을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중부권 대표 캠핑 축제 '2025 꿀잼대전 힐링캠프'가 캠핑 가족들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됐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꿀잼대전 힐링캠프는 대전시와 중도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한 이벤트로 1~2일 양일간 대전 동구 상소오토캠핑장에서 열렸다. 이번 캠핑 역시 전국의 수많은 캠핑 가족들이 참여하면서 참가신청 1시간 만에 마감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행운을 잡은 40팀 250여 명의 가족들은 대전지역 관광명소와 전통시장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