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3. "정치에서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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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63. "정치에서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죽는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4-11 10:55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에 환호하는 분들도 계시고, 실망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루소는 일찍이 '일반의지'라는 이론을 통해 투표 행위에 있어서 개개인의 선택은 불합리할 수도 있으나 그것이 모인 합(合)은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즉 개개인은 향응을 받고 투표했을 수도 있고 후보자의 역부족을 알면서도 인연 때문에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동의 의지가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하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선거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기 때문에 선거에 패배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는 낙선한 후 4년을 기다리면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그냥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 낙선하였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된 분들은 국내외에서 여러 명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6번의 낙선을 한 뒤 대통령이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번의 낙선 후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20세기 세계를 움직였던 지도자들인 처칠, 드골, 닉슨도 선거에서 여러 번 패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실패를 극복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긴 존경받는 분들이지만 이분들도 선거 패배 후 상당한 좌절을 겪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22년 만에 낙선한 처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사무실도 잃고, 의원직도 잃고, 당도 잃고, 맹장까지 잃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그의 측근 중 한 사람은 처칠을 만난 뒤 "그는 너무도 의기소침하여 저녁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세상은 끝났고, 적어도 정치 생활은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고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닉슨도 비슷한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두 번씩이나 패배의 쓴잔을 마셔 본 나로서는 그 패배의 참담함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다. 친구들은 말한다, '책임을 벗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마음대로 여행하고, 낚시도 가고, 어느 때고 골프를 칠 수 있고…… 그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인가?'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물론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 주일을 못 넘긴다'인 것이다. 그 이후에 엄습하는 공허함은 낙선을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드골의 선거 패배 후유증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으나 그도 12년 동안 야인생활을 한 후 재기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이에 대해 닉슨은 "드골이 12년 동안에 걸친 야인생활을 통해 그의 개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처칠은 이 시기에 책도 여러 권 썼고, 그림도 그렸고, 국내외 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65세의 처칠은 수상으로 재기하였고 그의 취임 연설에서 "나는 피와 땀 눈물 이외에는 바칠 게 없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바 있지요. 닉슨도 7전 8기의 정치인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정적이던 에드워드 케네디가 여비서 익사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닉슨은 그에게 "사람은 패배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라는 위로의 글을 보냈습니다. 드골도 국민들로부터는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으나, 12년 후에 그는 재기했습니다.

선거에서의 패배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보다 더 크다고 하지만 나폴레옹 시대에 활약했던 정치가인 탈레랑의 말대로 전쟁에서 사람은 한 번 죽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죽는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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