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벚꽃 엔딩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벚꽃 엔딩

차금숙 대전삼육중 교사

  • 승인 2024-05-02 16:57
  • 신문게재 2024-05-0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502101416
차금숙 대전삼육중 교사
이제 정년퇴직을 할 시간이 1년 남았다. 교정에 떨어지는 벚꽃비 속에서 해사한 웃음으로 종알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꽉 찬 운동장을 바라보는 것도 1년 남았다. 중간 중간에 명예퇴직의 유혹이 많았지만 끝까지 종주하기로 결심한 건 나의 여건이나 주위의 동료 교사의 격려도 있었지만,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은 매일 만나는 학생들의 밝은 미소와 인사였던 것 같다. 35년간을 이른 아침에 똑같은 시간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찍 일어나 등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학교의 언덕길을 헉헉대며 올라갈 때 아침 햇살과 함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하는 조금은 껍쩍대면서도 90도로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하루가 즐겁게 시작된다. 어디에서 나를 이리 반겨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 '감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35년 간의 교사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나 상담을 해왔다. 특히 중2의 남학생 어머니들의 탄식과 눈물은 뭐라고 위로를 드려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학부모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젊은 날의 혈기왕성했던 나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 학생의 '성공의 길'만을 함께 모색해 왔다. 중간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머니와 같이했던 나의 007작전을 불허하는 협업 작전, 자사고 특목고를 가기 위해 생기부 관리법 등 학생이 성공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성공의 길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인생은 너무나 많은 실패의 연속에서 한 번의 성공이 태어난다. 한 번의 실패가 좌절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한 계단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바쁜 업무로 학생들과 상담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내가 오랜 세월 동안 해 온 방법이 '복도 칭찬'이다. 이 방법으로 학생들은 모두 내가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줄 알고 있다. 수업을 할 때 유심히 봐두었던 의기소침한 학생들에게 혹은 칭찬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복도를 지나면서 엄지척을 해주던가, 다가가서 그 아이의 외모의 변화를 하나 찾아내서 칭찬을 해 주면 그 아이는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하며 좋아라 뛰어 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엔돌핀 충전을 보상으로 받는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인생에서 그 어린 시기에, 정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무한한 꿈의 틀인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 저는 바보인가 봐요", "저는 머리가 나빠서 뭘 해도 안 돼요"하는 소리를 들을 때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는 힘을 배우는 것이다. 신생아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수만 번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나 걸음마를 배우게 되듯이 한 번 넘어졌다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못 걷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을 규정하게 두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오늘 하루 넘어져서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점심시간에 속상해서 식당에 가지 않고 불 꺼진 교실 한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꼭 안아주면서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넌 일어날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3중 장애를 지닌 헬렌 켈러가 절망의 늪을 지나면서 한 말이 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었던 문을 보지 못한다." 벚꽃이 만개해서 대지의 구석구석에 아롱다롱이 피어 있는 모든 꽃이 무색해지는 이 시기에 한 시인의 시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꽃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자기가 피어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다.

모두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가 피어난다.



늦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마라.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현재의 노력은 성공의 거름이 되어

훗날 누구보다 예쁘게 피어날 것이다.



잊지 말라.

다소 늦더라도 그대는 반드시

예쁜 꽃을 피울 사람이다. /차금숙 대전삼육중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