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9.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들의 충원에 관심을 가져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69.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들의 충원에 관심을 가져야

  • 승인 2024-05-2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인문학의 시작은 고대 로마·그리스 시대입니다. 그런데 인문학을 꽃피운 것은 14세기경 르네상스 시대였지요.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에 대한 재인식, 재수용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때의 문화와 사상을 본받아 '인간 중심'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일종의 정신 운동이었지요. 그래서 르네상스를 문예 부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인문학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 로봇, AI, 반도체와 같은 미래 산업 관련 실용 학문이 주류를 이끌고 있고, 인문학은 대학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문학 관련 전공자들은 취업의 기회가 극히 제한되고 있어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인문학은 산업, 특히 첨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먹고살기도 힘든데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인문학은 너무 한가한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공학이나 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하였을 때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여러 사례에서 입증할 수 있습니다. IT 분야에 최고 업적을 남긴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사업에 아이디어와 영감을 준 것은 인문학이다"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였다고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지적한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는 '순수의 전조'라는 짧은 시인데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순간의 영원을 보라'입니다. 이렇게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라는 문장에서 핸드폰을 연상하였으며, 실제로 그 안에 '무한'의 자료와 정보가 담겨 있잖아요.



빌 게이츠도 자신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보면서 사업 구상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72페이지짜리 과학 노트를 345억 원에 구입했고,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그림을 307억 원에 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시나 그림 한 편이 기업인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엄청난 산업 생산으로 연결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인문학 전공자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 구직에 힘들고 불완전 고용 상태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랜달 스트로스 교수는 실리콘 밸리에 취업한 스탠퍼드 인문학 전공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스탠퍼드 인문학 공부'라는 저서를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은 인문학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적의 신화를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인문학 전공으로 인해 특출함을 보여 성과를 많이 냈다는 논리입니다. 인문학 전공자들은 취업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그 관문을 통과하면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능력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이지요. 특히 인문학에서는 방대한 자료를 읽고 핵심을 정리하는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를 습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대학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고용주의 93퍼센트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학부 전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는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도 인문 고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대전은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제2의 실리콘밸리입니다. 여기에 있는 첨단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전공자들의 충원이 꼭 필요함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 [2026 수능]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3.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4. [2026 수능] 황금돼지띠 고3 수험생 몰려…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5. [2026 수능] 분실한 수험표 찾아주고 시험장 긴급 수송…경찰도 '진땀'
  1. 해운대 겨울밤 별의 물결이 밀려오다 '해운대빛축제'
  2. 더민주대전혁신회의 "검찰 집단항명, 수사 은폐 목적의 쿠데타적 행위"
  3. 이한영, 중앙로지하상가 집중점검… "실효성 있는 활성화 대책 필요"
  4. 대전경찰청, 14일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앞두고 안전 점검
  5. [2026 수능 스케치] "잘할 수 있어"… 부모·교사·후배들까지 모여 힘찬 응원

헤드라인 뉴스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